지난해 9월 캘리포이나 주 경찰청 페이스북에 짤막한 사연과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경찰 팔에 의지한 할아버지가 어디론가 걷고 있는 모습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런 경찰도 있다’는 식으로 공유되며 회자되고 있다는데요. 어떤 사연일까요.

그 무렵 미국 유명 은행에서 작은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백발의 노인에게 은행직원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죠. 92세 지저스 랑헬 할아버지는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신분증이 만료된 상태였습니다.

은행직원이 “신분확인이 안 돼 돈을 내줄 수 없다”고 거듭 설명했지만, 할아버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내 돈을 왜 내가 찾을 수 없느냐”고 고함을 치기도 했답니다.

결국 은행직원은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아버지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요.

경찰관 로버트 조세가 신고를 접수 받고 은행으로 출동했습니다. 사정을 들은 그가 한 일은 할아버지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해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은행 문을 나서 어디론가 향했죠.

한참 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할아버지의 신분증을 갱신할 수 있는 기관이었습니다. 그는 접수부터 수령까지 전 과정을 할아버지와 함께 했습니다. 그리곤 은행이 문을 닫기 전 할아버지를 다시 그 곳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마침내 돈을 찾을 수 있었고요.

그가 할아버지를 은행에서 데리고 나와 집으로 돌려보냈다면 어땠을까요. 할아버지는 매일 은행 앞을 기웃거렸을까요. 경찰과 노인이 나란히 걷고 있는 뒷 모습을 본 이들은 말합니다. 앞으로 공권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사진 한 장으로 보여줬다고 말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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