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거스 히딩크가 축구 인생의 마지막일지 모를 새로운 행선지로 중국을 택했다. 아직 중국축구협회 측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이미 그의 부임은 기정사실화됐다. 중국 현지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단 특색 파악에 나섰다. 네덜란드 언론을 통해 중국 U-21 대표팀을 향한 추후 전술적 구상까지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매체 베로니카 인사이드와 인터뷰에서 “은퇴할 나이에 좋은 자리를 얻게 됐다”며 중국 U-21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소감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이 주요 과제는 중국 축구의 2년 후 도쿄올림픽 자력 진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2020년 1월 23세 이하(U-23) 아시아선수권 3위 안으로 입상해야 한다. 중국은 올림픽 종합 순위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축구에서만은 유독 전전긍긍하고 있다. 1988 서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자력 진출하지 못했다. 마지막 올림픽 본선 출전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은 2008년 베이징 대회다. 당시 조별리그 1무 2패를 기록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히딩크 감독을 향한 중국의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히딩크 감독의 중국 부임은 도쿄 올림픽을 구상하고 있는 김학범 한국 U-23 대표팀에 썩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중국만이 아니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많은 아시아 팀들이 올림픽을 목표로 U-21팀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란과 일본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단 한 장의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선수들의 국제대회 감각을 높이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선수단 20명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아 새로운 대표팀을 꾸려야 한다. 사령탑에겐 작지 않은 부담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다. 따라서 올림픽에 소속 선수들을 보낼지는 전적으로 구단의 결정에 달렸다. 구단들 입장에선 병역 혜택이 아니라면 부상 등 여러 위험요소들을 감내하고 선수들을 보낼 이유가 없다. 실제로 2016 리우올림픽 신태용호에서 군필자는 장현수 단 한 명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축구 변방으로 꼽히는 중국 대표팀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국리그인 슈퍼리그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대표팀은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만큼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하다.

한국의 4강 신화를 보좌했던 압신 고트비가 다시 한번 히딩크 감독 옆에서 힘을 보탰다. 고트비는 최근까지 중국 스좌장 융창을 지도하며 중국 축구의 흐름을 낱낱이 꿰뚫고 있다. 2007년 한국을 떠나 이란과 일본, 태국 등 아시아 각국을 오가며 아시아 축구계에서 활동해온 만큼 그의 합류는 히딩크 감독에게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한국은 제1호 ‘명예 한국인’ 히딩크 감독을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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