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 캡처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 감독이었던 요기 베라의 명언입니다. 야구장에 가면 전세가 기울어진 팀의 응원단 사이에서 자주 들리곤 합니다. 자기 위로이자 일종의 주문인 셈이지요. 그 말처럼 대역전 드라마가 쓰이기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야구 경기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닙니다. 9회 말 2아웃 3점 차 뒤진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기적만큼이나 확실하게 명언의 의미를 설명해준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은 카자흐스탄에 사는 초등학생입니다. 곧 펼쳐질 줄다리기 경기에 출전할 선수이기도 하고요. 깡마른 팔다리가 보는 사람의 걱정을 샀지만, 평생 이날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소년의 표정은 비장했습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경기는 학교대항전이었고, 줄을 잡은 선수 모두가 중앙선을 넘어가면 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소년이 속한 홍팀과 반대편에 선 청팀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시작부터 청팀의 기세는 남달랐습니다. 소년을 포함한 홍팀 선수들보다 체격도 더 좋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의 홍팀은 기세를 잃어갔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팀에는 단 한명의 선수만이 남아 진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바로 소년입니다. 소년은 연신 바닥에 고꾸라졌습니다. 엉덩방아를 찧고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녀린 두 손은 줄을 놓지 않았습니다. 온몸을 뒤로 빼 안간힘을 쓰면서도 말이죠.

유튜브 영상 캡처

소년의 표정은 일그러졌습니다. 숨을 쉴 틈도 없어 보였습니다. 소년의 고독한 레이스는 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소년을 괴롭히는 고비는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승산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팔이 빠져라 줄을 당겼습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요.

홍팀은 청팀 선수들의 힘이 빠진 틈을 타 원점을 탈환했습니다. 중앙선을 넘어갔던 홍팀 선수들은 우르르 다시 진영에 복귀했습니다. 승세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년은 맨 앞으로 달려나가 줄을 당겼습니다.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응원단과 심판들까지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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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막하의 공방은 계속됐습니다. 홍팀이 조금씩 밀리자 소년은 다시 맨 뒤로 가서 줄을 잡았습니다. 몸을 눕혀 악으로 줄을 당겼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몇분. 결국 소년의 투지는 빛을 봤습니다.

이날 소년의 팀은 승리했습니다. 청팀 선수들이 중앙선을 모두 넘어온 순간 소년은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습니다. 소년이 일찌감치 줄을 놓아버렸다면 모든 게 쉬웠을 겁니다. 팔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지도, 이기지 못할 거라는 동정의 눈길을 받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 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년의 찡그린 얼굴에서 미소가 보이는 건 저 뿐일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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