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세종시 나성동 대형상가 화재 현장에서 시민이 제공한 사다리차에 올라 불을 끄는 소방대원들.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도와드릴까요?”

긴박한 화재 현장에 방금 도착한 소방관들에게 한 시민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소방호스와 진압장비 들고 6층 건물을 뛰어올라야 했던 소방관들은 망설일 틈도 없이 도움의 손길을 잡았는데요. 자칫 대형상가 공사현장을 삼킬 뻔한 화염은 15분 만에 완전히 진압됐습니다.

시민의 안전 지킴이로 늘 도움을 주기만 하던 소방관들이 이번엔 시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민관 합동 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9일 오전 세종시 나성동 대형상가 건설현장 화재 당시 벌어진 일입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는 화재 진압 사실만 간단하게 알려졌는데요. 이날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사건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전해진 겁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날 세종시 119종합상황실에 나성동 공사현장에서 화재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한솔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은 오전 10시38분쯤 현장에 도착했는데요. 불이 난 곳은 상가 공사현장 6층 옥상이었습니다. 세종소방서 관내 굴절사다리차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5km 떨어진 보람119안전센터에서 출발한 상황이었습니다. 한시가 급했기 때문에 기다릴 새가 없었습니다. 소방호스를 들고 계단으로 뛰어올라가야 했죠.

시민이 제공한 고가사다리차에 오르는 소방대원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때 한 시민이 나섰습니다. 마침 상가 현장에서 일을하고 있던 고가사다리차 기사였습니다. 그는 소방관들을 자신의 고가사다리에 태워 불이 난 건물 옥상으로 인도했습니다. 덕분에 소방관들은 안전하고 신속하게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화재 현장에는 80여명의 작업자가 있었지만 모두 무사했습니다. 6층 천장 단열재와 외벽 등이 소실되는데 그쳤습니다.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거죠. 소방관들과 한 시민의 합동 작전으로 피해를 막은 겁니다.

이 시민은 커뮤니티에 화재 진화 사진을 올리고 “소방호스 등 장비를 들고 옥상까지 가야하는 소방관들을 도왔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덤덤하게 적었습니다.

소방관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 1위’라는 명성을 얻기는 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무수히 많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화마나 붕괴 사고와 직면하게 되는데요. 시민들의 도움과 온정이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세종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 시민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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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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