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홈페이지



대만의 인권운동가 100여명이 10일 일본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 대만교류협회 타이페이 사무소 앞에서 거센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본 극우인사가 최근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발로 차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CCTV 영상 속에서 일본 극우인사들 16명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후지이 미쓰히코는 지난 5일 타이난시 국민당 당사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다 떠나기 직전 구호를 외친 뒤 여러 차례 소녀상을 발로 걷어차는 행동을 보였다.

대만 인권운동가들은 이날 시위에서 후지이의 추방과 함께 일본 대표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시위대가 대만교류협회 타이페이 사무소 구내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잠시 마찰이 있었다.

대만의 첫 소녀상은 지난달 14일 설치됐다. 당시 제막식에는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국민당 인사들이 참석했다. 소녀상은 양손을 치켜들고 저항하는 모습을 묘사해 당시 희생자들의 저항과 무력감을 상징했다. 소녀상과 함께 설치된 벽에는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일본어로 당시 상황이 설명됐다. 소녀상이 설치된 곳은 국민당 소유 부지이자 일제시대 당시 일본인이 지은 백화점 앞이다.

국민당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CCTV 영상을 통해 구내를 벗어나면서 후지이가 소녀상에 발길질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우리의 할머니들을 모욕하고 대민 국민의 존엄을 짓밟은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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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소녀상이 설치되면서 국민당과 집권 민진당 사이에서는 거센 공방이 있었다. 민진당은 2020년 총통 선거 전초전인 11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반일 감정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마 전 총통은 제막식 당시 차이잉원 총통이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민진당 정권을 비난한 바 있다. 마 전 총통은 재임 당시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왔다.





대만인 위안부에 대한 수치는 명확하지 않다. 소녀상 표지판에는 중국어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위안부 피해자는 20만∼40만명에 이른다” “유엔인권위원회가 위안부를 성노예로 인정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하지만 대만에서 위안부로 인정받은 것은 58명으로 이중 2명만 생존하고 있다. 일본정부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여성기금’은 대만 피해자에 2002년까지 보상금과 수상의 사죄를 담긴 편지를 전달하는 사업을 진행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일본정부의 책임이 불명확하다”며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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