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비아그라가 실명을 유발하는 황반변성을 개선해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들은 “의학적으로 확실한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더 많은 환자 대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비아그라가 황반변성(AMD)의 진행을 차단하고 손상된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망막증과 더불어 대표적 노인성 실명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 5명을 대상으로 매일 비아그라를 2정씩 2년 동안 투여한 결과 환자 중 한 명은 시력이 개선되고 나머지 4명은 증상의 진행이 억제되었다는 것이다.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에 의해 망막 앞 쪽에 있는 맥락막(choroid)으로 가는 혈류가 개선되어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아그라가 심혈관계 질환, 즉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것에 기반한다. 비아그라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빠르게 하기 때문에 맥락막으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고 황반에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비아그라가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안과 의사들은 아직 비아그라와 황반변성의 관계에 대해 통계적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와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다만 비슷한 효과로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고산병은 낮은 지대에 있던 사람이 해발고도 3000m 이상의 고지대로 갑자기 이동했을 때 나타나는 급성반응으로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해 호흡곤란 등을 초래하는 증상이다.

이 때 등산 전 미리 비아그라를 복용할 경우 비아그라 성분이 수축된 폐혈관을 이완시키고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고산병을 막아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실제 폐 고혈압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레바티오라는 약과 같은 작용을 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있어 이 역시 명확하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오현섭 안과전문의는 11일 "비아그라 복용시 개개인에 따라 어느 정도 효과를 얻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아직 의학적으로 확실한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자칫 잘못 복용할 경우 병을 더 악화시키고 심근경색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사전에 전문의와 상의 하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는 2013년 9만 9305명에서 지난해 16만 4818명으로 4년새 약 66% 증가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으로 젊은 층 환자 수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4년간 10~20대 황반변성 환자 수는 38.6%나 증가했다.

오 전문의는 “황반변성을 포함한 완치가 어려운 질환은 구전되는 잘못된 의학 상식에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치료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좋으나 안과 전문의와 상의 후 개인의 눈 상태에 맞는 치료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병원 치료 외에 추가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식이요법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된다. 지아잔틴이 풍부한 루테인, 시금치, 브로콜리 등 녹색 채소와 혈관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오메가-3, 연어, 고등어 등을 섭취하는 것이 질환 진행을 막는데 도움된다. 이와 함께 달리기, 수영, 자전거 등 유산소운동을 병행한다면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