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 총재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책임 의식도, 위기 의식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LG 트윈스 오지환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의 병역 기피 논란과 관련해 국민 정서를 반영치 못해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물되어 있었다고 고백했다. KBO 커미셔너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KBO가 함께 참여하는 한국야구미래협의회다. 프로야구와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방향이 틀렸다.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또 다시 내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를 활용하겠다니 과연 제대로된 개혁이 될른지 의문이다. 그들만의 시각에서 문제를 풀려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감히 야구계가 아닌 외부 인사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이후 관중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답변에서 위기 의식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정 총재는 “시청률의 경우 올해는 아시안게임 이전 562경기에서 0.98%였고, 이후 30경기에서 0.77%다. 0.21%p 감소했다”고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비교한 것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이전 525경기에서 평균시청률이 0.93%였고, 이후 52경기에서 0.69%였다. 0.24%p 감소했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관중 수는 2018년 아시안게임 이전 평균 1만 1298명에서 이후 평균 9347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17.1% 감소다. 2014년에는 평균 1만 1536명에서 이후 평균 8896명으로 22.9% 감소했다고도 했다. 단순히 리그 중단을 관중 감소 영향으로 꼽았다.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한 분노,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야구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KBO의 늑장 대처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2018년 프로야구와 2014년 프로야구는 참가팀 숫자부터 다르다. 9구단체제에서 10구단 체제로 바뀌었다. 관중 규모도 다른데 단순 비교한 것이다.

경찰 야구단 폐지와 관련해선 “경찰청으로부터 공식입장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식공문이 온다면 “2004년 협약서에 근거, KBO 요청사항을 전달 하겠다”고 했다. 유예를 위해 발벗고 나서도 막지 못할 형국인데 기다리고 있는 KBO의 안이한 대처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끝으로 정 총재는 선동열 대표팀 감독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해 7월 전임감독제를 만들었고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로드맵도 그려져 있는만큼 어떤식으로든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 총재의 태도에 찬반은 엇갈릴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선 감독의 경질이 아니라 직접 그로부터 병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듣는 것이다. 입장 표명할 때가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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