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2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국회 초청 제안을 둘러싼 ‘무례 논란’을 해명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들을 평양 정상회담에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야당들이 “갑작스럽고 예의 없는 제안”이라는 비판하자, 이를 해명한 것이다.

청와대의 해명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말했던 것’라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미 평양 정상회담 국회 초청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국회 정당대표들을 모시고 같이 가고 싶다는 의견은 이미 지난 8월 16일 문 대통령이 5당 원내대표 간담회에서 제안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급했던 초청 의사를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서 초청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르던 얘기가 아니고 이미 다 얘기하신 바가 있는 사안을, 임 실장이 공식화해서 정중하게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의가 없는 제안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했던 비공식적인 제안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8월 16일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 간에는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

문 대통령은 16일 정오 청와대 인왕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아시다시피 다음 달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국회가 지난번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 비준 동의를 해 주신다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훨씬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방문 시기와 함께 방문단의 규모, 방문 일정에 대해서 북측과 협의를 해야 됩니다만, 정부의 기본 입장은 그때 국회도 함께 방북해서 남북 간에 국회 회담의 단초도 마련했으면 하는 욕심”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도 이번에 4·27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를 평양회담 이전에 해 주신다면 남북 국회 회담을 추진하는 데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평양 동행 얘기를 꺼낸 것은 팩트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평양 동행 제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야당 원내대표들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지 않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원내대표들과의 간담회 이후 5당 원내대변인들과 함께 브리핑을 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크게 세 가지를 합의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조항이 남북 정상회담 관련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항구적 평화정착 및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또한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고 지원한다. 남북 사이의 국회·정당 간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동행을 얘기했지만, 공식적인 회담 결과 브리핑에는 국회의 평양 동행 문제는 빠져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 ‘평양 회담 참석 제안에 뭐라고 답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 회동과 관련된 많은 내용 중 일부는 우리 당 차원에서 깊은 논의를 해야 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8월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평양 동행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후 브리핑 내용을 보면 적어도 야당 원내대표들은 동의하지도 않았고, 큰 비중을 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8월 16일 대통령 간담회와 임 실장이 공식 초청한 9월 10일 사이 25일 동안 국회를 상대로 한 청와대 참모들의 막후 설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5일 동안 청와대의 국회 설득은 효과가 없었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국회 동행을 공식 제안했지만, 제안은 1시간여 만에 거절됐다.

청와대가 25일 동안 어떤 설득작업을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여러 차례 국회 동행 부분을 얘기했다”는 해명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게 됐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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