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가 난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추모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횡단보도에서 5세 여아를 숨지게 한 40대에게 14일 금고형이 선고되자 또 다시 공분이 일고 있다. 가해 남성은 범행 직후 비행기 예약을 핑계로 가족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사과는커녕 ‘피해자’라고 주장해 분노를 샀었다.

소방관인 부모는 사고 이후 온라인에 이 같은 가해 남성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올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철성 경찰청장의 답변을 이끌어냈지만 양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이병삼 판사는 이날 오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게 금고 1년4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금고 2년을 구형했다.

◇범행 직후 가족여행 떠난 가해자 “나도 피해자” 강변에 거짓말까지

사고는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7시1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A씨는 카니발 차량을 몰고 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5)과 B양의 어머니를 치었다. B양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B양 어머니는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15년 차 119구급대원인 B양 어머니는 중상을 입고도 쓰러진 아이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그는 “다음 날 소풍을 가는 딸아이를 위해 장을 보고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를 피할 겨를도 없이 치여 둘 다 쓰러졌다”며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서 죽도록 괴롭고 미칠 것 같다”고 호소했다.

2017년 10월 16일 아파트 단지 내 사망 사고 현장.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사고를 낸 차량.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가해자 A씨는 같은 단지 내 살고 있는 주민으로 오가다가 얼굴도 보며 말도 나누던 사람들이었다. B양 어머니는 A씨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원했지만 A씨는 가족과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또 재판 과정에서 ‘자신도 피해자’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합의를 요구할 뿐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검찰이 금고 2년을 구형하자 뒤늦게 사과했다.

아울러 가해자 A씨는 재판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보고 차량을 바로 멈췄다”고 주장했지만, 블랙박스 확인 결과 A씨가 몰던 차량이 바로 정지하지 않고 더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안전보행을 담보로 해야 할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로 5세 여아를 숨지게 해 그 과실이 중하고, 유족이 회복 불가한 고통을 입었다”며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자 유족들로 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에 걸린 추모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소방관 부부의 호소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반성은커녕 변명 일관… 도로교통법 맹점 악용

사고 이후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B양의 추모제가 진행됐지만 가해자 A씨는 외면했다. B양 어머니는 청와대 청원을 통해 “같은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함께 아파해 줄 거라 생각했지만 가해자는 잘못된 법을 악용했다”며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도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로 적용되도록 해서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철성 경찰청장의 답변을 받아냈다.

당시 이 청장은 “도로교통법에 도로 외의 구역에서 보행자 발견 시 운전자에게 서행·일시정지 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 시 제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자 A씨의 1심 선고 결과가 전해지자 온라인은 들끓었다. 네티즌들은 판결 내용을 공유하며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자기 자식이 차로 치여 죽였는데 (가해자가) 1년 4개월 받는다면 과연 고개를 끄덕일까? 자식 죽은 부모는 아마도 남은 50년 이상을 지옥속에서 살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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