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여년 된 신발 한 켤레. 근검절약이 몸에 밴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선물 받은 새 신발이 아까워 헌 신발을 신기는 사이 아들의 발이 훌쩍 커졌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연뉴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5월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린시절 신지 못한 새 운동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일화인데요. 최근 각종 커뮤니티로 빠르게 공유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사연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글쓴이가 귀가해보니 탁자에 웬 아동 신발이 놓여있었습니다. 색깔이 누렇게 바랜 흰색 200mm 사이즈의 운동화였습니다. 신발 한 짝씩 쌓아서 담는 상자에는 영어로 ‘BATMAN(배트맨)’이라고 적혀있었는데요. 신발에는 어머니가 구겨지지 말라고 넣은 아파트 관리비내역 전단지 등이 있었습니다. 글쓴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인 1994년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신발입니다. 이 신발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배트맨리턴즈’시리즈로 ‘월드컵’이라는 브랜드에서 만든 건데요. 요즘도 추억의 상품으로 팔릴 정도입니다.

이 신발에는 글쓴이 가족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있었습니다. 신발을 선물받은 1994년은 가족에게 뜻 깊은 한 해였습니다.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한 해이기 때문인데요. 글쓴이는 “우리집 세 들어 살다가 32평 아파트로 이사한 첫 해”라고 썼습니다. “최소 24년 전 신발”이라면서요.

어머니는 결혼하고 7년 만에 단칸방에서 방 두 칸 전세를 거쳐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독하게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였죠. 어머니는 선물 받은 새 신발이 아까워 헌 신발부터 신겼다는데요. 그 사이 아들은 훌쩍 자라버렸죠. 그게 마음에 걸려 작아져 못 신게 된 아들의 신발을 24년간 간직해 왔다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 '배트맨리턴즈' 운동화

어머니는 서른이 넘은 아들에게 신발을 가슴에 품은 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때 못 신겨서 미안하다.” 아들은 울컥했습니다. 게시물을 통해 “이제 그런 미안함 훌훌 털어버리세요. 그런 부모님 고생 덕분에 저와 동생 잘 자랐습니다”라며 “제가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한 번은 신겨서 부모님께 보여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코끝이 찡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면서요. 한 네티즌은 어릴 적 운동회 날 그렇게 바라던 새 신발을 선물 받고도 아까워서 신지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고 했습니다. 또 “사은품으로 배트맨카를 받았다. 바퀴 모양의 뒤축이 달아 서운했다”는 배트맨 신발에 대한 추억담도 이어졌습니다.

이 사연은 199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쳐 IMF 외환위기까지 굴곡진 삶을 근검절약으로 넘어온 우리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 못 해줘서 미안하다’는 어머니들이 많을 겁니다. 글쓴이 어머니처럼 가슴 속 한으로 남았을 겁니다. 오늘은 부모님께 감사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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