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퍼스트레이디,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재평가 되고 있다. 리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처음으로 평양과 백두산에서 카운터파트로 함께 2박3일 일정을 소화했다. 일정 내내 김 여사를 에스코트하며 재치 있는 표현과 겸손한 자세로 정상회담을 풍성하게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인민의 어머니’ 이미지를 어필했다”고 평했다.


◇솔직하고 재치있는 언변

문 대통령 방북 첫날인 18일 남북 정상이 회담을 하는 동안 남북 퍼스트레이디는 옥류아동병원과 김원균명칭 종합대학을 찾았다. 리 여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평양 대동강 문수구역에 있는 옥류아동병원을 찾았다. 김 여사는 리 여사보다 30분 늦은 3시쯤 병원에 도착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리 여사는 김 여사를 맞이하며 “우리나라가 좀 보건의료 부분이 많이 뒤떨어져 있다”며 “그래서 국가적으로 이 부분을 좀 치켜세울 수 있는 그런 조치들이 많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옥류아동병원도 그렇게 지어졌다”며 “우리 병원에 온 기회에 한 번 봐주십시오”라고 예의를 갖췄다.

남편 김 위원장과 닮은 ‘솔직 화법’이었다. 북한 현실을 사실 그대로 전하며 겸손하게 표현했다. 이 말을 들은 김 여사는 살짝 놀라는 듯 했지만 머쓱해 하는 리 여사에게 “어휴 무슨 말씀을요”라며 웃으며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두산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김원균명칭 종합대학과 이틑날 옥류관에서 조심스럽게 김 여사의 말에 맞장구 치던 리 여사는 정상회담 마지막날 백두산 천지에서는 재치 넘치는 언변으로 주위를 사로잡았다.

리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서울 답방 시 한라산 등반 얘기가 나오자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한마디로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가 천지 물을 담을 때 리설주 여사가 옷을 잡아주는 장면. 김 여사 오른편에서 깅경화 외교부장관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백두산사진공동취재단

◇최대한 낮춘 겸손과 은근한 배려

리 여사는 남북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 여사를 수행원처럼 에스코트했다. 평소 밝은 색상의 옷을 즐겨입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담 일정 내내 드러나는 옷차림은 최대한 피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리 여사는 지난 18일 오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평양 국제공항에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마중하러 나왔을 때부터 같은 날 만찬 자리까지 짙은 감색 투피스 차림을 유지했다. 김정숙 여사가 상황에 맞게 두 종류의 양장과 한복을 선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회담 이튿날인 19일에도 리 여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는 흰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남색 투피스를 입었다. 손톱에는 매니큐어도 바르지 않았으며, 목걸이는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20일 백두산에서도 단색 계통 옷을 입었다.

드러나지 않는 배려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 내외와 산책이나 함께 일정을 소화할 때 길을 양보하거나 손으로 안내했다. 이러한 장면은 평양공동취재단 영상과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박3일간 평양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공군 2호기에 오르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악수하고 있다. 백두산사진공동취재단

리 여사의 배려는 백두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장군봉을 거쳐 천지까지 향하기 위해 남북 정상 내외는 향도역 4인용 케이블카에 함께 탑승했다. 이 과정에서 리 여사는 남북 정상을 옆에서 안내했다.

결정적 장면은 천지에서 나왔다. 김 여사가 천지에 도착해 계획대로 물을 뜨던 순간이다. 김 여사는 맑은 천지에 발을 담그고 몸을 낮춰 물을 담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이 모습을 보던 리 여사는 김 여사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김 여사의 외투 왼쪽 옷깃을 살며시 잡아 올렸다.

상체를 앞으로 숙여 엉거주춤한 자세로 물을 뜨던 김 여사의 옷이 물에 젖을까 염려한 리 여사의 배려였다. 리 여사는 그 자세 그대로 김 여사가 합수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어 페트병에 물이 다 채워질 때까지 김 여사의 옷깃을 잡고 있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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