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백두산 천지를 방문한 현장에서 ‘손가락 하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 뒷얘기를 전했다. 김 대변인은 “사진촬영을 위해 김 위원장에게 손가락 하트 포즈 방법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나는 (하트) 모양이 안나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부부 사진을 찍었다. 특별수행단의 요청으로 김 위원장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연출했고, 리설주 여사는 옆에서 이를 손으로 떠받들었다. 이를 지켜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장면을 남측 사람들이 보면 놀라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북측은 문 대통령에게 하루 더 북쪽에 머물라고 제안했으나 우리 쪽이 사양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김 대변인은 “북쪽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 대통령이 (백두산 정상과 천지를) 올라갔다 내려와서 혹시라도 하루 더 머물 수 있으니 (김 위원장이) 특별히 준비를 해놓으라고 했다”며 “북쪽에서 삼지연 초대소를 비우고 하루 더 머물 수 있도록 준비를 했고, 우리 쪽에 이를 제안 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쪽 사정으로 그 제안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북쪽에서 호의를 갖고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혹시라도 더 머물 수 있는 여러 상황이나 사정에 대비를 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5·1 경기장에서 관람한 집단 체조도 ‘빚나는 조국’과는 내용이 70% 가량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북쪽 고위 관계자가 9·9절때 본인이 봤던 ‘빛나는 조국’에 비하면 70%가 바뀌었다고 했다”며 “(원래 내용은) 30% 정도가 남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9·9절 뒤로 5차례 가량 대집단체조를 했는데, 어떻게 70%를 바꿨는지 내가 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초 빛나는 조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70여년 역사를 서술하는 내용이다. 창건, 전쟁, 폐허, 건설,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번영으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이데올로기적 내용들은 빠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장 이후의 특별장, 종장은 문 대통령을 위해 완전히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김 대변인은 20일 백두산 장군봉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함께 탄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최근 천지에서 대형 제삿상이 발견됐는데 옛날 왕들이 국태민안을 빌때 사용했던 것이다. 예전부터 천지에 올라 제사를 지냈던 증거물”이라며 “오늘 두 정상이 같이 올라오신 것은 백두산 신령께 조국의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백두산 천지 산책을 마친 뒤 삼지연 초대소 잔디 밭에 마련된 즉석 야외 천막에서 식사를 했다.

북쪽은 백두산에서 나는 재료로 천지에 사는 산천어 요리, 백두산 산나물, 들쭉 아이스크림 등을 준비했다. 김 대변인은 “초대소 안에도 식당이 있지만, 날씨가 좋고 삼지연 연못가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일부러 (북쪽에서) 천막을 치고 점심을 대접했다”며 “식사 시간 동안 북쪽 실내악단이 주로 마이웨이, 예스터데이 등 오래된 팝송을 연주했다”고 말했다. 리설주 여사는 두 정상이 삼지연 다리를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아, 도보다리 걸어가실 때 모습이 연상된다. 그때 너무 멋있었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 자리에서 서로 작별의 술잔을 건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술을 건넸다. 이때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도 김 위원장에게 술잔을 건넸다고 한다. 애주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꽤 많은 양의 술잔을 모두 원샷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김 대변인은 “그냥 준 잔을 마셨다”며 “그때 그때 달랐다”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아울러 9월 평양공동선언 마지막 항에 담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두 정상의 기자회견 직전에 합의됐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회담 둘째날인 19일 함께 합의문에 서명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생중계 직전에 이 조항이 합의문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답방을 하기로 한 것은 두 분 정상이 그날 기자회견을 하기 적전에 백화원 영빈관에서 합의된 것”이라며 “문구도 그때 수정이 되고 확정이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내내 우리측 수행원들과 격의없이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가수 알리가 천지를 바라보며 진도아리랑을 부르자, 함께 동행했던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대뜸 “진도가 제 고향입니다”라고 소리를 쳐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천지 관람 당시 한완상 교수는 천지의 물을 두 손으로 직접 떠서 마시며 “내가 이걸 마시러 왔다”고 말했다. 백낙청 교수는 “두 정상이 위대한 일을 해냈다. 제재를 하나도 위반하지 않으면서 이 많은 일을 해내셨다”며 감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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