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 18~20일 치러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연일 회담에 대해 비난 일색으로 가고 있다. 한국당 인사들은 “비핵화 협상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른미래당과 달리,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내용이나 “태극기가 보이지 않았다” 등의 내용을 문제 삼으며 연일 회담 성과를 깎아내리는 발언들만 이어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1일 당 회의에서 남북이 군사분계선 주변에 상호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에 대해 “‘노무현정부 시즌 2’ 정부답게 노 전 대통령이 포기하려 했던 북방한계선(NLL)을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하게 포기하고 말았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국회 국방위를 소집해 서해 영토주권 포기의 진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태 의원(재선)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정은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는 미군 철수하라는 얘기”라며 “속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초선)은 “지금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고 문 대통령은 임 실장의 대북 특사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한국당이 이처럼 비난 일색의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2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야권에서는 애초 청와대가 정상회담 일정을 18~20일로 잡은 것이 부동산 같은 민생 문제와 인사청문회 등 이슈를 덮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심해왔다. 이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회담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집토끼(고정 지지층)는 단기적으로 붙잡아둘 수 있을지언정, 한국당이 집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산토끼 확보(중도층·외연 확장)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상회담 이후 나온 여론조사들을 보면 어쨌든 이번 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의 새로운 모습을 보며 남북관계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게 다수 여론인데, 한국당이 비난만 하는 모습은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남북 정상이 친밀한 관계를 극대화해가는 상황에서도 한국당이 계속 대북 강경론만 집착하는 것을 보면 비핵화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보다 정치적 이득을 따진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도 “정상회담 이후 한국당 인사들 발언을 보면 과거 홍준표 전 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과 비슷한 인식이 깔려 있다”며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쇄신을 통해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적절치 않은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한국당이 좀 더 정제된 언어로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평가하면서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민생 분야에서 점수를 잃고 있는 정부·여당의 대안세력으로 존재감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용근 지앤컴리서치 대표는 “한국당 지지자나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들에게는 한국당의 전략이 먹혀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 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1% 포인트 오른 61%를 기록했다. 하지만 무당파와 한국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각각 50%, 82%로 긍정 평가(무당파 30%, 한국당 지지자 12%)를 압도했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과 ‘대북관계·친북 성향’이 각각 44%, 14%로 1·2위를 기록했다. 지 대표는 “한국당의 ‘정상회담 맹공’이 자당 지지율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 지지율 인상을 저지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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