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연휴는 즐거움과 설렘이 더 클까, 고통과 두려움이 더 클까. 그동안 못 봤던 가족·친지들을 만난고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는 의미있는 시간일까, 아니면 부부·친지 간의 다툼이 잦아지고, 후회만 남는 부담스러운 시간일까.

많은 이들이 전자에 더 무게를 두고는 있지만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해마다 되풀이될 정도로 명절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해당 시기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도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현재 청원 게시판에는 ‘명절이나 추석연휴를 없애달라’ ‘명절을 가족 친화의 날로 국가에서 대체해달라’ 등의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폐지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제사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추석연휴를 앞두고 8월말부터 집중적으로 글이 게재됐다.



명절 기간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가사분담, 가족이나 친지와의 만남이 그동안 못 봤던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들추는 시간이 되는 것 등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대다수다. “남녀는 평등한데 한국의 제사문화는 여성에게만 노동을 강요한다” “명절 때 대다수 여성들은 친정에 먼저 가지 못하고 며칠간 힘든 노동을 마치고서야 뒤늦게 친정에 갈 수 있다” “명절 끝나면 이혼하고 가족 간 열등감으로 마음 상하면 다음에 안보게 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등의 의견이다.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의 고충을 호소하는 글도 있다. 다른 청원인은 “명절 때마다 남자도 눈치보인다. 남자나 여자나 스트레스 받는 건 마찬가지”라고 썼다.

실제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최근 1170명을 대상으로 명절 성차별 사례를 조사한 결과 남녀 모두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53.3%)을 1위로 꼽았다. 여성들만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이 비율이 57.1%로 더 높았다. 여성들은 “애미야 상 차려라” 등을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았고, 30대 여성들의 경우 “젊고 예쁠 때 얼른 결혼해라” “살 찌면 안 되니까 조금 먹어라” 등을 대표적인 성차별 발언으로 지목했다.

남성들의 경우에도 가사분담이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위 조사에서 남성들이 꼽은 성차별 행동 1위도 ‘가사분담’(43.5%)으로 나타났다. ‘도와주고 싶은데 눈치가 보인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남성들은 또 “남자가 돼 가지고”라거나 “남자만 운전하고 벌초하는 문화”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지적들은 그동안 명절 때마다 제기돼왔음에도 개별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들이 청원 게시판을 통해 명절 문화 개선에서부터 폐지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것도 정부의 구체적 행동을 촉구하려는 취지다. 한 청원인은 “어느 한쪽으로만 효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허탈감을 만들고 결혼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지적했다. 다른 청원인도 “며느리가 개별 제안을 한다면 시댁과의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시대 변화를 반영한 공익 캠페인을 진행해달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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