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주어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을까요. 몸 속 장기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산소호흡기가 없다면 언제 숨이 멎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 그는 말기암 환자였습니다.

크리스 테일러의 몸 속 암세포는 그를 지독하게도 괴롭혔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닌텐도 격투 게임 ‘대난투’ 시리즈 신작을 마주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12월에 출시되는 신작 ‘대난투 얼티밋’을 경험하는 것은 크리스에게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악(惡)해지는 암세포는 그에게 그리 오랜 시간을 주지 않을 모양이었습니다.


12월까지 버틸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일까요. 13일 크리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닌텐도 신작) 얼티밋을 못 해볼 것 같아 두렵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앞으로 나아지지 않을 상황에 대한 한탄,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푸념 정도였을 겁니다.

크리스가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팔로워들은 이것이 그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듯 했습니다. 그리고 힘을 모았습니다. 크리스에게 생애 마지막, 그러나 인생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닌텐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크리스에게 미리 게임을 접해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적은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닌텐도는 ‘크리스만을 위한’ 게임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작이 나오기 3개월 전 미리 체험할 기회를 준 것이죠.


그는 침대에 누워 호흡기를 착용한 채 게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트위터에 공개했습니다. 친구 두 명이 마지막 소원을 함께 이뤄주고 있었고요.

소원을 이룬 크리스는 닌텐도의 귀한 선물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지인은 사망소식을 전하며 “25일 오후 5시경 크리스가 사망했다.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편안히 생을 마감했다. 여러분이 크리스의 소원을 이루어주었다. 게임을 즐기던 크리스를 평생 기억하겠다. 고맙다”고 적었습니다.

크리스가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길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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