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문학실험실포럼 '이청준 10주기 기념: 이청준 문학의 발화점들'.


“다른 누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혹은 부끄럽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이청준 문학의 정신적 핵자이다.” 문학평론가 서영채는 2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이청준 문학의 발화점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청준(1939∼2008) 10주기 문학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가 이청준


이 자리는 실험적 문학 언어를 추구하는 독립 문학 공간 문학실험실(대표 이인성)이 이청준기념사업회(회장 홍정선)와 공동으로 기획한 제4회 문학실험실포럼이었다. ‘당신들의 천국’ ‘병신과 머저리’ ‘잔인한 도시’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이청준은 권력의 메커니즘과 그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을 주로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받는 작가다.

서영채는 ‘한글세대 이청준의 미션’이라는 발제에서 “이청준은 일제강점기 일본어로 교육받았던 선배들과 달리 광복 후 취학해 한글로 교육받은 세대였고 문학의 흐름이 휘어지는 하나의 전환기의 표상”이라며 “그는 문학의 새로운 이상의 출발점에 서 있었고 부끄러움이라는 새로운 주체 형성의 힘을 표현했다”고 했다.

제4회 문학실험실포럼 '이청준 10주기 기념: 이청준 문학의 발화점들'.


서영채는 이청준의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과 ‘조율사’ 등 초기 장편에 등장하는 단식을 사례로 설명했다. 소설 속에서 단식은 1964년 한일 협정 반대 투쟁을 위한 청년 세대의 정치적 저항 수단이면서 배고픔이라는 내면적 상처를 뜻한다. 서영채는 “이청준이 문학에 부과한 책무는 곤핍의 시대에 주체 됨의 정신성을 고양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청준은 주체 형성 과정에서 죄의식에서 부끄러움으로 거대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지점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박혜경은 “시대의 문제에 대해 책임성을 더 깊이 인식했기 때문에 제3자적인 죄의식이 아닌 부끄러움이 나온 것 같다”고 자유토론 중 발언했다.

이청준전집. 문학과지성사 제공


이청준전집(문학과지성사)을 편집한 문학평론가 이윤옥은 ‘본질을 품은 외연의 확장’이라는 발제에서 “이야기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을 이야기로 쓰는 사람이 있는데 이청준은 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청준은 한 직장동료가 해준 매잡이 이야기를 소설로 썼는데 그 소설을 본 다른 이는 ‘이청준이 쓴 매잡이를 보고 나는 소설 쓰는 걸 포기했다’고 한다. 원래 천재는 주변에 다른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다”고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혜경은 ‘개인은 어디에 있는가?-이청준의 초기 단편들', 이수형은 ‘다른 얼굴을 한 권력- 이청준 초기 중·단편을 중심으로’을 각각 발제했다.

시인 신영배와 소설가 백민석은 포럼 후 열린 제4회 김현문학패 시상식에서 문학패와 창작지원금(시 1000만원·소설 1500만원)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평론가 김인환와 이광호, 소설가 김숨과 김태용, 시인 강정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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