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비핵화 시한과 관련해 “우리는 비핵화를 빨리 이루고 싶지만 시간 게임은 하지 않을 것(we are not going to play the time game)”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 이내 비핵화를 완성한다는 시간표에 대해 “그것은 내 발언이 아니다”며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들 사이에서 이뤄진 (2021년 1월) 비핵화 언급을 내가 반복했다”고 발을 뺐다.

그는 이어 “남북 정상들이 평양에 모여 2021년 (비핵화 스케줄)을 논의했고, 그들이 잠재적으로 합의할 준비가 돼 있는 시간표를 내가 단순히 반복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1월 비핵화 시한은 꾸준히 제기됐던 시간표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5일 평양을 방문했던 대북 특사단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며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특사단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평양공동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포함돼 있을 뿐 2021년 1월 비핵화 스케줄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2021년 비핵화 시간표가 자신의 주장이 아니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평양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물밑으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2021년 1월 비핵화 시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남북 정상회담의 비공개 논의 사항을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9월 10일 한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해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가 2년 이내에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1년 이내 하는 게 어떻겠냐'고 다시 안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 하자'고 화답했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나온 이후 외교적 결례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2021년 1월 비핵화 시한은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6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 비핵화의 주요 조치들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간 게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뉴욕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확하게 옳다”면서 “비핵화 시한은 장기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은 정해진 시한 안에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장기전을 치르더라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비핵화 시한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진전시킬 또 하나의 기회를 얻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를 향한 길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이어가는 데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종전선언 합의가 이번 방북에서 논의될지 여부에 대해선 “나는 종전선언이든 다른 문제든 협상의 진전 상황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완성까지 대북 제제가 계속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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