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 징역형을 확정 받은 김신혜씨가 18년 만에 재심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4년 전 방송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주장한 김씨의 모습이 주목 받고 있다. 온라인 곳곳에선 “고모부의 수상한 행적과 경찰의 부적절한 수사 절차가 의심스럽다”며 진범이 따로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지난달 28일 김씨 사건의 재심을 결정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검찰이 ‘재심의 실익이 없다’고 청구한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에 비춰 기록을 살펴보면 재심을 개시한 1심을 유지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복역 중인 무기수의 재심 확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신혜 사건은 2000년 3월 7일 오전 1시쯤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아버지(당시 52‧장애인) 집에서 미리 준비한 양주와 수면제 30알을 먹여 아버지를 숨지게 한 사건이다.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에게 “간에 좋은 약”이라며 미리 준비한 양주와 수면제 30알을 먹였다고 발표했다.

김씨는 이후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 아버지를 태운 뒤 완도 일대를 돌다 아버지가 숨지자 이튿날 오전 4시쯤 집에서 6㎞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에 시신을 버렸다고 경찰은 설명했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 김씨를 체포했고 김씨가 아버지 이름으로 보험 8개에 가입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8억원을 타내려고 했다고 발표했었다.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평소 술에 취한 아버지의 성적 학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었다.

그러나 현장검증을 앞두고 김씨는 돌연 범행을 부인했다. “절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한 김씨는 현장검증을 거부했다. 특히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도 부정했다. 아울러 아버지의 불명예를 벗겨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무기징역수로 18년간 복역 중이다.

2014년 8월 SBS시사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김씨의 사연이 방송되면서 사건이 재조명됐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다음해인 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김씨는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제작진에게 “우리 아빠가 그렇게 세상 사람들한테 죽고 나서까지 욕먹을 만큼 그런 사람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남동생 또한 자신의 아버지가 성폭행범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아버지가 누나들을 성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은 그렇게 해야 누나의 형을 줄일 수 있다는 친척의 말 때문이라고 진술했었다.

“가석방과 감형 등을 포기하고 재심을 신청한 것은 범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 김씨는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교도소에서도 자살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재심 지원에 나선 변호인 측은 김씨의 서울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영장 없이 이뤄졌고 민간인 1명이 압수수색에 참여했으며 경찰 조사에서는 경찰관 2명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돼 있다며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검증도 강제로 이뤄졌다는 의무경찰의 진술도 나왔다. 법원은 2014년 11월 “경찰 수사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고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김씨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광주고법이 이를 기각했고 검찰은 다시 항고해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결국 대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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