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년 된 흑인 ‘피난처 교회’의 마지막 예배

워싱턴 링컨템플유나이티드 교회, 흑인 인구 급감 및 성도 수 감소로 폐쇄 결정

“우리 교회의 예배는 오늘로 끝나지만 계속 하나님을 경배해야 합니다”

목사의 한 마디에 성도 수백 명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평소 10명도 출석하지 않던 예배당은 이날 주변 교회 성도를 포함해 수백 명이 모였다.

바바라 브렐렌드 목사의 설교가 끝난 뒤 아기를 위한 세례가 이어졌다. 이후 합창단의 찬양으로 예배가 끝났다. 브렐렌드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마지막 성도가 아닌 것처럼 하나님은 끝까지 함께 하신다”며 “모든 상황에서 기뻐하고 찬양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링컨템플유나이티드 교회의 마지막 예배 모습이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링컨템플유나이티드 교회 전경. 이 교회는 지난달 30일 예배를 마지막으로 교회 폐쇄를 결정했다. 교회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 DC에서 가장 큰 흑인교회였던 링컨템플유나이티드 교회가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링컨템플유나이티드 교회는 149년 전 세워진 흑인 교회다.

링컨템플유나이티드 교회는 149년 전인 1869년 ‘콜팩스 미션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남북전쟁 이후 해방된 워싱턴 지역 인근 흑인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후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링컨 미션 공동체’로 이름을 바꿨다. 이들은 주변 신앙공동체와 연합해 교회를 세웠다. 1929년에는 지금의 자리에 붉은 색 벽돌로 된 교회 건물을 완공했다. 교회 건물은 1995년 국립역사박물관에 의해 문화재로 등록됐다.

교회는 1960년대 흑백 분리와 같은 인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항했다. 이 교회 성도였던 메리 처치 테렐은 같은 교회 성도인 이다 벨스와 함께 워싱턴 DC 내 식당들의 차별 금지 캠페인을 벌였다. 이밖에도 수많은 흑인 운동가들이 탄압을 피해 찾는 ‘피난처’ 역할을 도맡았다.

WP는 링컨템플유나이티드가 문을 닫게 된 이유가 워싱턴 DC 내 흑인 사회가 마주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젊은 백인 인구가 유입되는 동시에 지역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흑인들이 교외 등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교회 인근 지역의 흑인 비중은 65%에서 29%로 급락했다. 이 교회에서 목회했던 벤자민 루이스 목사는 “워싱턴 DC는 원래 ‘초콜릿 도시’라고 불릴 만큼 흑인 인구가 많았지만 백인 청년이 유입되면서 이제는 ‘초콜릿 칩 도시’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체에 확산된 탈종교 바람도 성도 수 급감을 부추겼다. 1200명의 성도들을 수용했던 교회는 지난 9월 주일 예배에 단 9명의 성도만이 출석했다. 교회 측은 “사역 등을 확장하거나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아 교회 운영을 계속 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운영할 동력이 없다”며 폐쇄를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링컨템플유나이티드 교회의 앰블럼. '하나님은 계속 말씀하신다'는 말은 이 교회의 모토다. 교회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마지막 예배를 마친 성도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60년 동안 교회에 출석했던 캐트린 게인스(101) 씨는 “나갈 교회가 없어진 건 평생 처음”이라며 “집에 가면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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