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경제 활동이 활발한 서울이나 한적한 강원도 산골이나 ‘평등’하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인 2016년을 기준으로 제주도는 6.9%의 지역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대구시는 -0.1%로 뒷걸음질을 쳤다. 차이는 7.0% 포인트나 되지만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2016년 기준)으로 동일했다.

마찬가지로 삼성 같은 대기업이나 생산성이 낮은 영세 사업장의 최저임금은 같다.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를수록 경제가 낙후된 지역이나 영업이익이 적은 기업일수록 큰 영향을 받는다. 편의점업계처럼 영세 소상공인이 몰려 있는 영역에서 집단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파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은 결국 ‘다름’이다.

최저임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정부가 지난해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국정과제로 삼은 뒤 구체적인 논의에 붙이 붙었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전격 구성하고 개선안을 고민했다. 재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이나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각각의 요구사항을 받았다.

당시 외부 전문가들이 다룬 안건 중에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이 포함돼 있다. 사용자위원 쪽에서 요구했던 안건이다. 최저임금위는 업종·지역·연령별로 나눠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불가 판정’을 내렸다.

업종별 차등적용의 경우 시행 첫해 외에는 계속 단일 최저임금을 유지해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반론에 맞닥뜨렸다. 차등을 두게 되면 저임금업종에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었다. 업종별로 구분할 수 있는 통계 인프라가 없다는 점도 제기됐다.

지역별 차등적용도 마찬가지였다. 지역별로 구분할 근거가 부족하고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반박논리가 거셌다. 연령별 차등적용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무산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차등적용’은 최근 고용지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야당을 중심으로 지난 8월부터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뼈대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의 박대출 윤상직 송언석 의원이 한 달 사이에 각각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도 최저임금 제도의 개편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만 재계가 원하는 업종별 차등적용으로 갈지, 지역별 차등적용으로 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정부 내부의 흐름은 고용부 이재갑 장관의 지시로도 확인된다. 고용부는 이 장관 지시로 업종별 최저임금 실태 파악에 나선다.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몇 개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식이다. 일본은 지역·산업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매년 7월쯤 최저임금액 개정 목표치를 제시하면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조사심의를 개시해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2017년 10월부터 1년간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을 보면 도쿄(시간당 958엔)와 오키나와(시간당 737엔)가 221엔의 차이를 보인다. 특정 산업에서 차등적용을 신청하면 지방최저임금심의회를 거쳐 결정한다.

다만 일본처럼 지역과 산업 모두에 차등을 두는 국가는 많지 않다. 캐나다와 중국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은 지역별 차등만 있다. 예외적인 형태도 있다. 그리스의 경우 생산직과 사무직의 최저임금이 다르다. 스페인은 시간제 가사도우미에 상대적으로 높은 시간급을 주는 별도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 연령과 숙련 정도에 따라 최저임금 차등적용 또는 차등감액을 하는 나라도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18세 미만 근로자 중 경력이 6개월 미만인 청년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미국도 20세 미만 근로자에 한해 90일간 감액된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이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주무부처인 고용부의 입장은 신중하다. 고용부는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등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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