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 조사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전반적 상황보다는 업종별 실태를 정확히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는 이 장관이 콕 집어 지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

고용부는 최소 50개 이상의 업종으로 세분화해 실태를 파악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황 파악 결과는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4일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외부에 조사를 맡기는 방안, 간담회를 개최해 현장 의견을 듣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했던 조치를 곧바로 시행한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19일 인사청문회에서 “기업들이 최저임금 상승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취임식을 가진 이후 첫 번째 관심사항이 최저임금인 셈이다. 이 장관은 세분화한 현황을 조사해 현장 체감도를 파악하라는 주문을 달았다. 통계청과 고용부의 기존 통계 조사가 지닌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이 장관의 이번 지시에는 ‘고용 쇼크’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감이 묻어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월평균 18만명의 취업자 수 증가폭(전년 동월 대비)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같은 달에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 8월에는 3000명으로 폭락했다. 일자리정부,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더욱이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고용 악화를 불러왔다는 비판은 업종별 최저임금 실태조사를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재계는 지속적으로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최저임금을 지목해 왔다. 반면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은 정반대인데, 국가 통계를 봐서는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릴 수 없다. 통계청이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 조사,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 조사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행정통계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친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불가능하다. 업종별 실태조사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실태조사는 필수적이다. 고용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검토했었다. 당시에는 ‘타당성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제도 개편이 무산됐다. 그러나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부족했던 타당성을 메울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능한 한 빨리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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