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외국어고 졸업생 10명 중 7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할 때 비(非)어문계열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고가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입시기관’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외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최근 같은 뜻을 밝힌 상황이어서 외고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학년도 전국 외고 대학 진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외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 2만5321명 중 35.6%인 9021명만 대학에서 어문계열 전공을 선택했다. 학교별로 보면 고양외고 졸업생의 어문계 진학 비율이 19.0%로 가장 낮았고 대원외고(21.7%), 경남외고(25.3%), 김포외고(26.3%)가 뒤를 이었다. 충남외고는 2014년 졸업생 155명 중 단 1명도 어문계로 진학하지 않았다.

외고 졸업생의 선택 전공은 비어문 인문계 전공이 50.2%로 가장 많았다. 이공계(5.0%)나 의약계(1.4%)를 선택한 경우도 있었고 해외유학을 택한 졸업생은 3.1%였다.

김 의원은 “외고가 본연의 취지를 잃어 일반고보다 입시에 유리한 학교로 변질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운영 성과를 평가할 때 설립 취지 항목을 더 강화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일반고로 전환하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외고가 애초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은 같은 특목고인 과학고나 영재고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과학고 졸업생의 95.7%, 영재고 졸업생의 90.1%가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 졸업생의 이공계 진학 비율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의학계로 진학한 졸업생 비율은 지난 5년 동안 2.5%에 그쳤다.


초중등교육 시행령 90조는 외고의 설립 목적에 대해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설립 취지와 다르게 외고가 외국어 교육보다는 입시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때 특목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가운데 진보 성향 14명도 해당 정책에 적극적이고, 최근 임명된 유 부총리도 청문회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자사고·특목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5년부터 외고를 지정 취소할 수 있는 주요 평가 지표에 어문계 진학 비율이 반영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외고의 어문계 진학 비율은 30∼4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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