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이 지난달 26일 금강산 지역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마친 후 작별을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9명 중 1명이 전면적 생사확인을 바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남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지만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 6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 남북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에 대비해 전수 수요조사를 진행했다고 통일부가 5일 밝혔다.

국내 거주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5만306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중 조사에 참여한 이산가족은 3만4119명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면적 생사확인을 희망하는 이산가족은 91.9%(3만1367명)에 달했다. 또 74.9%(2만5558명)가 고향방문 참여를 희망했고, 영상편지의 경우에도 기존 촬영자를 제외한 이산가족 중 37.9%(8692명)가 제작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북측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전면적 생사확인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규모 확대는 물론 전면적 생사확인을 제안해왔다. 이산가족 문제의 출발점인 전면적 생사확인이 선행돼야 이산가족 상봉 상설화 등을 본격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은 전면적 생사확인에 대해 난색을 표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정상회담 성과인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는 합의내용이 명시적으로 담겼다. 세부적으로는 이산가족 상설면회소의 개소, 화상상봉·영상편지 교환 문제 해결 등이 언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전면적 생사확인과 고향방문 등 이산가족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며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복구 및 개소,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엔 북측의 현실적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상설화 및 전면적 생사확인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산가족 사안을 정치적으로 본다”며 “남측에 연고가 있어 체제에서 불이익을 받아오던 주민이 이산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후 남측의 발전상을 전한다면 체제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북한 당국은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상봉 후로 사상교육 등을 따로 받는다. 또 북한은 우리 측 지역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 북한은 2001년 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까지는 서울로 상봉단을 보내왔다. 하지만 다녀온 상봉단이 서울의 발전상에 큰 충격을 받고 주민들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향후 금강산 지역으로 상봉 장소를 한정했다고 알려졌다. 이산가족 상봉 자체가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믿음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촘촘하지 못한 북한의 행정망 때문에 전면적 생사확인 등이 쉽지 못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행정망이 우리처럼 촘촘하지 않아 교통이 불편하거나 외진 곳은 확인이 쉽지 않다”며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마음먹으면 하겠지만 한정된 행정인력 투입이나 드는 비용 등 경제적 문제가 발생해 북한 당국이 전면적 생사확인 등에서 난색을 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북 소식통도 “북한은 전산화나 행정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수작업하듯 사람이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산가족을 찾는다”며 “상봉 확대 요구에 응할 체계적인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북한이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 측이 전면적 생사확인,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규모확대 등은 계속 요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전면적 생사확인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는 해야겠지만 우리 측 속도에 맞춰서 북한이 따라오긴 힘든 것도 사실이고, 단시간 내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계속 요구해야 북한도 학습효과가 생기면서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측 접근이 용이한 경기도 파주 등에 이산가족 면회시설을 꾸리고, 면회시설에서의 왕래는 자유롭게 하는 등의 제한은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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