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과 전원책의 ‘물갈이’ 시도에 초반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회(조강특위)에 합류한 전원책 변호사가 연일 언론 인터뷰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강한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인적 쇄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많다. “온실 속 화초 같다” “열정이 없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 등 전 변호사의 쓴소리에 대해 벌써부터 당내 반발 기류도 보이고 있다.

“총선이 너무 많이 남았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인적 쇄신과 관련해 “근본적인 인적 쇄신을 하기에는 다음 선거(21대 총선)가 너무 많이 남았다”는 비관적인 전망들이 많이 나온다. 비대위는 당협위원장 1년 임기제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 1일 자로 231개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를 받아냈다. 하지만 총선이 1년 6개월가량 남았기 때문에 비대위의 인적 쇄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을 당장 교체할 방법이 없다.

한국당 관계자는 5일 “탄핵 정국에서도 친박근혜계 청산을 못 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시점에서 누군가를 쳐낼 방법도 없고, 쳐내봐야 여권에 좋은 일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결국 조강특위가 현역 의원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당협위원장 자격 박탈”이라며 “타격이 없지는 않겠지만, 현역 지역구 의원의 지역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협위원장 박탈만으로도 당내 반발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친박계는 조강특위의 인적 쇄신이 김성태 원내대표나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복당파의 당권 장악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합류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가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태 조직강화특위 위원장. 윤성호 기자

당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가 인적 쇄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국당이 김병준이라는 구원투수를 등판시켰는데, 공을 얼마 던지지도 않고 전원책이라는 구원투수를 등판시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전권을 갖고 인적 쇄신 등 당 혁신을 이끌어야 할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를 대리로 세운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당내에서도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를 통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심심찮게 들린다.

“교체도 어렵지만, 영입도 어렵다”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적 쇄신이라는 게 기존 사람을 자르는 것 못지않게 괜찮은 사람을 영입해야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소 키우는 사람이지 소 잡는 백정이 아니다”며 인재 영입에도 방점을 찍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당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 최근 조강특위 외부위원 선임을 두고도 하마평에 거론됐던 소설가 이문열씨가 고사했고,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나 선거 이후 비대위원장 후보 물색에서 애를 먹었다. 정 전 의원은 “하겠다는 사람은 지역에 많지만 사실 그렇게 훌륭해 보이는 사람들은 안 나타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친박·비박할 것 없이 全 발언에 ‘부글부글’

전 변호사가 본격 등판하기 전에 쏟아놓은 한국당 인사들에 대한 발언들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친박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 변호사가 “온실 속의 화초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발언은) 우리 스스로를 너무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불편해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조강특위 위원장인 김용태 사무총장이 과거 탄핵 정국에서 ‘1호 탈당’이었던 점까지 언급하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합류를 발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비박계도 전 변호사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전 변호사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공화주의, 이런 말 하는 중진 의원들은 공부 좀 하셔야 한다”며 공화주의를 주창한 김무성·정진석 의원 등 중진 의원을 직격하자, 이들 의원들 주변에서도 “너무 과했다”는 의견이 많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확실히 TV쇼에 자주 나오는 분들은 ‘투마치 토커티브(지나치게 말이 많음)’하시네요’”라고 적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정치평론가는 “보수 논객으로 이름난 전 변호사가 의욕적으로 인적 쇄신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정작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전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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