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선(49·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23년 전,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26세의 그는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도 당연히 사법 처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었다.

1995년, 정계선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조계가 너무 정치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이 5·18 관련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과 정권의 비자금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그는 “소신 있게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법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대로라면 전직대통령의 불법행위도 당연히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정계선 부장판사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현했다. 정 부장판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하고 82억7000여만원을 추징했다.


특히 정 부장판사는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이 전 대통령의 행위는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 훼손에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5월 3일부터 약 30차례 열린 이 전 대통령 재판을 원칙에 충실히 진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향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자 정 부장판사는 “주 2회로 기일을 줄일 테니 나오라”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달 28일 열린 2차 공판에서도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낸 뒤 법정에 나오지 않자, 변호인단을 꾸짖으며 모든 기일에 출석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법정 안에서 보이는 강직한 성품과 달리 정 부장판사는 동료 법관 사이에선 소탈한 인품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탈권위적인 업무 처리로 후배 법관들로부터 높은 신망과 존경을 받는다는 평가다.

강원 양양 출신인 정 부장판사는 1998년 서울지방법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와 헌법재판소 파견을 거쳐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부임했다.

올해 2월에는 여성 재판장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 재판부를 맡기도 했다.

박세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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