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가해자에게 송달하는 민사소송법 개정 국민청원이 3만건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청원은 4일 청와대 게시판에서 시작됐다. “성범죄 피해자의 집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시작 사흘째인 7일 현재 2만8000명이 동의했다.

자신을 24세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힌 청원자는 “2015년 준강간을 당해서 가해자를 고소했고, 준강간치상으로 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판결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민사소송 판결문이었다. 청원자는 “판결문은 피해자의 집 주소와 핸드폰 번호, 심지어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모두 기입된 상태로 가해자에게 송달됐다”고 말했다. 법원에서는 “민사소송은 돈이 오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피고의 인적사항이 정확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해자가 내년 8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청원자는 “무서운 마음에 핸드폰 번호를 열 번 이상 바꾸고 개명까지 했다. 하지만 이사 갈 형편이 안 돼 집은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언제 죽을지 몰라 유서까지 미리 써뒀다”면서 “왜 피해자가 이리도 두려움에 떨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청원자는 “형사소송에서는 피해자 인적사항이 보호가 됐지만 민사소송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성폭력 등 범죄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권리인데 인적사항 노출에 따른 보복범죄 우려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애초에 법원에서 가해자에게 송달할 때 적어도 원고의 인적사항은 보호해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성폭력 등의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민사집행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월 피해자의 인적사항 노출을 막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고의 인적사항을 가리고 송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사집행 과정에서 열람·등사 신청 시 피해자의 인적사항 보호에 대한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아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청와대는 30일 내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의 경우 한 달 내에 관련 수석비서관이나 정부 부처 관계자가 내용에 대해 직접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7일 기준 해당 기준을 충족해 답변이 완료된 청원은 50개다.

강문정 인턴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