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콩고민주공화국의 의사 데니스 무퀘게.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는 내전 중 잔인한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 피해자 수만 명을 치료하고 피해자들의 재활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AP뉴시스

일본 언론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소식을 대부분 단신으로 처리하는 등 무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년과 확연히 다른 데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콩코민주공화국 의사 데니스 무퀘게(63)와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5)가 전쟁 성범죄와 맞서왔다는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연결돼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진보성향 온라인매체 ‘리테라’는 지난 6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평화상에 대한 일본 언론의 냉담한 분위기를 2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전세계에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미투 운동이 활발한 것과 반대로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미투 운동을 마녀사냥이라고 폄하하는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를 꼽았다. 다음은 무퀘게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쟁 성범죄’이며 일본에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퀘게는 2016년 서울평화상을 수상할 때 “일본 정부는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안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과 폭력을 당했다”고도 말했으며, 같은 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시민단체인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AM)’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촉구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기도 했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평화상 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수상자 선정 이유로 “전쟁과 무력 분쟁의 무기로써 성폭력이 사용되는 일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데르센 위원장은 “미투와 전시 성폭력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바로 학대받는 여성의 고통에 대해 ‘성적 피해가 수치라는 생각에서 여성을 해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성폭력 근절을 향해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연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 성범죄와 미투 문제를 동시에 언급한 것으로 일본으로서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무케베는 노벨평화상 발표 후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에게 성폭력과 맞설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특별히 언급한 것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이기도 했지만 일본의 전시 성폭력인 위안부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2018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나디아 무라드.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출신은 무라드는 이슬람국가(IS)의 노예로 끌려갔다가 탈출한 뒤 IS의 전쟁 성범죄를 고발했다. AP뉴시스

한편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6일 ‘국제 사회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전쟁 무기로서의 강간을 전쟁범죄로 인정하지 않았나’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퀘게와 무라드는 전쟁 또는 분쟁 기간 동안 성폭력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헌신했다”면서 “이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전쟁 성범죄 척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세기 후반 보스니아 내전 당시 2만명의 이슬람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으며, 르완다 내전 당시엔 거의 모든 여성이 성폭행의 피해자가 됐다. 또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미얀마는 최근 로힝야족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강간했다. 유니세프는 전쟁 성범죄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강간을 당한 여성뿐 아니라 여성이 소속된 사회도 오랜 기간 고통에 빠지며,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드는 참극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 기간 강간이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비이성적인 충동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목표를 가지고 강간을 자행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한국 등 주변국 여성들을 위안부로 끌고간 일본이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연합국은 일본군의 각종 범죄를 전쟁범죄로 단죄하면서 위안부 등 성범죄를 부수적인 것으로 다뤘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20세기 후반 지구 곳곳 전시하 성범죄들은 제대로 단죄되지 못했다. 유엔은 2008년에야 전쟁과 분쟁 기간 저질러진 강간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탓에 아직도 전시하 성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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