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와 관련해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을 선처해달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43억원 상당의 피해를 낸 대형 화재사고의 본질적인 책임을 따지기보다 외국인노동자의 ‘실화’(失火)에만 수사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스리랑카인을 선처해달라”는 글이 여럿 올라와있다. 한 청원인은 “실화라는데 이번 화재를 두고 실수한 사람이 스리랑카인 한 명이냐”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 대신에 스리랑카인 한 명이 제물이 되는 것 같다. 그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나라가 미안하고 창피하다”고 썼다.



다른 청원인 역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시스템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며 “300원짜리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폭발했다면 안전관리 책임자 과실이 더 크다”고 적었다. 이 청원인은 “돈 벌고 일하기 위해 들어온 평범한 이웃 노동자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하지 말라”고도 했다.

A씨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는 것은 이번 사고가 개인의 ‘실화’뿐 아니라 국가기간시설 관리 부실에도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날아온 풍등이 ‘뜰까’하는 호기심에 불을 붙였고, 불 붙은 풍등이 바람에 날려 저유소 쪽으로 날아갔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 풍등은 토요일이었던 지난 6일 인근 초등학교에서 개최한 ‘아버지 캠프’때 사용한 80개 풍등 중 하나였다. 경찰은 이런 내용과 함께 당시 공사현장과 저유소 CCTV영상까지 공개했다.

경찰은 그러나 대한송유관공사 측이 18분 동안이나 화재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당시 CCTV가 있는 중앙통제실에는 근무자가 2명이 있었는데도 초기 대응조치가 미흡했고, 폭발한 탱크에는 화재발생을 감지하는 장치가 달려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A씨가 저유소 화재에 직접적인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린 행위가 결과적으로 대형 화재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고양경찰서는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린 A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영장 신청을 일단 반려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 마감 시한인 오늘 오후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다시 판단할 방침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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