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3시 공연 시작 직전 암 투병 중이던 남편이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막이 오른 공연이기에 무대를 끝까지 책임져야 했다. 공연이 끝나고 다리가 풀렸다.

지난해 여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테너 오정욱의 아내이자 뮤지컬 ‘오! 캐롤’에서 ‘에스더’ 역으로 출연 중인 뮤지컬 배우 이혜경(47)에 관한 이 같은 소식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같은 에스더 역을 맡은 박해미를 떠올린 이들도 많았다. 박해미는 지난 8월 남편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온라인 곳곳에선 ‘진정한 프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오! 캐롤’ 제작사 쇼미디어그룹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혜경 배우가 ‘오! 캐롤’ 공연 중 남편의 부고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이미 막이 오른 공연이기에 해당 회차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하고 무대를 마쳤다. 공연 막판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심적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상대 배역이었던 서범석조차 이혜경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사실을 공연이 끝난 뒤에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을 끝내자마자 오열하던 이혜경은 남편이 잠들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혜경은 해당 작품에서 ‘에스더’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이혜경이 맡은 에스더는 과거의 슬픔을 묵묵히 참아내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다. 20년 동안 자신만을 바라본 허비의 마음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서다.

덕분에 에스더라는 캐릭터와 실제 배우들의 모습이 닮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지난 8월 에스더 역을 맡은 박해미는 남편의 음주운전 사고로 한동안 활동을 하지 못하다 지난 3일 복귀했다. 당시 이혜경이 빈자리를 메웠다. 이번엔 남편의 부고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이혜경의 빈자리를 박해미와 김선경이 메우게 된다.

박해미의 남편 황민은 8월 27일 오후 10시57분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토평IC 인근에서 자신의 크라이슬러 닷지 챌린저 스포츠카를 몰고 가다 갓길에 세워둔 25t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했던 5명 중 조수석과 조수석 뒷좌석에 앉았던 대학생과 뮤지컬배우가 숨졌다. 당시 황민은 만취 상태로 속칭 칼치기를 하면서 160㎞가 넘는 속도로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해미는 복귀 당시 “사고로 상처 입은 분들께 아직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지만 절대 잊지 않았고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저로 인해 아끼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시 무대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출연료는 전액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9일 이혜경은 췌장암을 앓고 있던 남편 오정욱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향년 48세다. 추계예대 성악과 출신의 테너 오정욱은 성남시립합창단 상임단원으로 활약했었다. 1998년 이혜경과 결혼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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