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에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베일로 완전히 가려야 문 밖으로 나갈 수가 있고 자동차 운전을 할 수가 없으며, 영화를 보러 극장에 출입이 불가능하고 축구 경기장에 가서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는 나라가 있을까?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의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아직도 남성후견인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사우디 여성의 진학, 취업, 해외 출장 등에서 아버지나 남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내적으로 보수적인 이 나라는 최근 주변국들과 대외적 관계에서 벌어진 일들은더욱 더 아주 다양하고 극적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은 이집트를 덮쳤다.이집트에서 무바라크독재 정권이 붕괴하고 선거를 치른 결과 반 이스라엘, 아랍 민족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하게 되었다. 결국 군부의 쿠데타로 다시 정권이 바뀌게 되고 군부 세력이 재집권한현재 이집트 정권을 사우디가 파격적으로 재정 지원하고 있다.

왕정 국가인 사우디는 아라비아 반도 배후의 북아프리카 대국 이집트가 아랍 민주화의 봄으로 기우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비록 사우디가 최근 저유가 추세와 왕정을 수호하기 위한 국민 복지 지출로 재정 상황이 어렵지만 이집트에 퍼주기를 계속 하고 있다.

레바논의 친 사우디 수니파 출신 하리리 총리는 2017년 11월 돌연 사우디 방문 중에 암살 위협을 이유로 사임을 발표했고 이는 사우디의 압력에 의한 강제 퇴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그는 결국 레바논으로 돌아가 사임을 공식 철회하였다. 이는 사우디 외교의 적나라한 패배로 간주되었다. 사우디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내의 시아파 헤즈볼라와 적대적인 관계이다.

작은 나라 카타르는 해저가스전 개발로 짧은 기간에 부국이 되었다. 카타르는 사우디의 속국처럼 행동하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중동 내의 모든 국가들, 모든 정파들과 잘 지내려 하였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우디 왕가의 부패를 보도하는 자국 내 언론들을 허용하였다. 심지어 사우디와 적대적인 이란과도 우호관계를 추구하자 성이 난 사우디는 다른 걸프만의 왕정국가들과 함께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카타르는 아직 잘 버티고 있다.

시리아는 결국 이란과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아파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가고 있다. 시라아내전은돌고 돌아 다시 시아파 아사드정권이 유지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또한 미국에 의한 이라크 전쟁으로 이라크에 소수 수니파 후세인 정권이 사라지고 난 후에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새로운 시아파 정부가 들어섰다.

2017년 10월 사우디의 살만 국왕은 역사 상 최초로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대통력과 회담하였다. 그리고 사우디는거액으로 러시아의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하기로 약속하였다. 트럼프의 미국을 계속 믿을 수 없는 사우디가 시리아 내전 이후 중동에 큰 영향력이 있음이 확인된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아라비아 반도의 남쪽 예멘에도 아랍 민주화의 바람이 불어 독재정권이 몰락하였다. 그 이후 정파 간의 다툼이 벌어지고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시아파 후티 반군이 정부군에 맞서자 사우디는 아라비아 반도 내에 시아파 거점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내전에 개입해서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결국 예맨 내전은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 전쟁으로 치닫고 혼란을 틈타 IS(이슬람 국가)까지 세력을 확장하였다. 예멘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내전이 계속 되고 사우디는 예멘 내전의 늪에 빠졌다.

최근 실세 사우디 왕제자를 비판한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밀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 간 이후 실종되어 국제적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피신하여 미국에 주로 머물다가 약혼녀와의 결혼을 위하여 터키를 방문하였으며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하여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하였다가 실종되었다. 영사관에 들어 갔지만 나온 사실이 없으며 아마도 영사관 내에서 사우디에서 파견된 요원들에 의하여 피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으로 카타르 단교 이후 껄끄러웠던 터키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위에 기술한 이야기들은 불과 작년과 올해 주로 일어난 일들이다. 미국의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이후 이란은 미국에 의해 포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동에서 발을 뺀 지금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 아사드 정권, 이라크, 이란 그리고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아라비아 반도 전체가 시아파 초승달에 의해 포위된 형국이다.

겉으로는 마치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교적 격돌처럼 보이지만 결국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이슬람 민주주의 신정국가 이란과 보수 왕정국가 사우디, 두 정치 세력 간 건곤일척의 대결이다. 다음 번에 계속 된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