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언론인 자말 카쇼기.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됐다는 의혹을 두고 미국 의회 상원에서 제재론이 나오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가 미국산 무기 구매의 ‘큰 손’으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공화당 소속을 비롯한 상원 의원들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쇼기 피살 의혹에 대해 미국의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 서한을 받은 백악관은 ‘국제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 및 가해자 제재 여부를 120일 안에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이번 사건에 사우디 정부가 관여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미국은 무기판매 중단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미 의회는 무기 판매를 보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미국에 살고 있던 카쇼기는 지난 2일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의 모국인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사라졌다. 카쇼기는 평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다. 사우디 영사관은 카쇼기가 다시 나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수사 중인 터키 검찰은 영사관 안에서 피살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카쇼기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카쇼기가 살해된 것에 대해 사우디의 책임이 드러나면 최고 수준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같은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를 즉각 중단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사우디의 미국산 무기 구매와 대미 투자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는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군사장비 등을 사는데 1100억 달러(125조 원)를 쓸 계획”이라며 “사우디를 제재할 경우 그 돈을 러시아나 중국 등에 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작년 5월 사우디를 찾아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는 “진상 규명을 위해 미국은 터키, 사우디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우리의 조사관들이 그 곳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쇼기가 미국인이 아니고 미국 밖에서 실종됐기 때문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해당 외국 정부의 요청이 있어야 FBI의 개입이 가능한 만큼 FBI가 얼마나 정확히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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