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진앙지인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20일 공식화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8.09.20.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기록 누설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부장판사가 프로야구 오승환·임창용 선수의 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도 조사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4일 임모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지난 2016년 1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약식 기소된 오승환·임창용 선수의 사건과 관련해 담당 판사와 직원을 통해 재판 절차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부장판사는 당시 담당 직원으로부터 약식 기소된 이 사건에 관해 정식재판에 회부한다는 보고를 받은 후 공판절차회부 결정문의 송달 등 후속 절차를 보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식재판 회부에 관한 전산상 입력을 마쳤음에도 사건 처리에 관해 담당인 김모 판사에게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5년 12월말 두 선수를 2014년 11월말에 마카오 카지노에서 각각 4000만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당시 김 판사는 단순도박 혐의로 기소된 두 선수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당초 정식재판에 넘기려 한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로 인해 임 부장판사의 관여로 결정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다만 김 판사는 스스로의 결정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소속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 절차에 개입해서는 아니 됨에도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서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법관징계법상 법관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감봉·견책 세 종류다. 견책은 그중 가장 낮은 수위의 처분이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2016년 불거졌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법조비리 사건에서 판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 기록 유출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를 비공개 조사한 바 있다.

임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김 판사나 나중에 본안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국민들이나 여론으로부터 어차피 벌금형밖에 선고할 수 없는 사건인데 굳이 적어도 4~6개월이 소요되는 공판절차를 진행하여 결과적으로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을 것이 우려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판사는 (내 조언이)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대법원에 이에 대한 불복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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