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8일 국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남성(61) 환자로부터 시작된 상황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16일 0시를 기해 종료된다고 15일 밝혔다.

3년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메르스 상황 종료를 맞아 감염병 전문가로부터 이번 메르스 대응 평가와 향후 과제 등을 들어본다.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사진) 교수다.


2015년은 필자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 그해 1월 에볼라 긴급구호대로 시에라리온에 파견돼 에볼라 환자의 고통을 도와줄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5월에는 우리나라의 첫 메르스 유행을 겪게 됐다. 감염내과 의사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두 바이러스 감염병을 겪은 것이 개인적으로는 신종 감염병과 의료기관의 감염관리라는 임상의사로서, 학자로서 인생의 계획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됐다.

개인 경험을 말하기 앞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겪은 2015년의 메르스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의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낸 경험이었다. 초기 방역초치의 미흡한 조치로 여러 병원으로 메르스 환자가 확산됐고, 방역 컨트롤타워 문제가 거듭 제기되면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2015년의 메르스를 겪은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그리고 2018년의 메르스 대응은 어떻게 달랐을까?

2018년의 메르스에 대한 정부 대응에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을 주고 싶다. 2015년보다 분명 대응을 잘 한게 맞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아서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잘했기 때문에 2015년과 달리 단 한 명의 추가 감염자도 없이 메르스 종료를 맞게 된 것일까?
기억을 더듬어 2015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우리가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하여 듣게 된 내용이었지만 발생 환자의 95%이상은 병원 안에서 감염됐다. 메르스는 지역사회내에서 잘 확산되는 감염병이 아니라 병원 안에서 잘 퍼지는 병이다.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는 본인 의지였든 섬성서울병원의 의료진이 잘 대응했던지 간에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의료진이나 환자들과 접촉없이 바로 음압격리실로 격리가 됐고 의심환자로 확인된 후 바로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2015년에 대규모 병원내 환자가 발생했던 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이었지만 기억해보면 2015년의 첫번째 환자를 진단해 낸 병원도 삼성서울병원이었다.
2015년 응급실에서 접촉한 환자들 중 대규모 환자가 발생한 이후 삼성서울병원은 수백억의 비용을 투자해 응급실의 대응체계를 손보았고 의료진들에게 신종감염병에 대한 정기적 교육을 강화했다. 3년간의 노력이 이번 메르스 환자를 초기부터 격리하여 추가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2015년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감염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국가지정격리병상을 전국 18개 병원 70병상에서 28개 병원(1개 병원은 신축 중)으로 확대해 156명의 신종감염병 환자가 동시에 발생해도 1인 음압격리실에 입원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했다.
올해만 해도 의심환자가 이달 5일까지 233명이 신고돼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입원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1339에 먼저 전화해 인근 보건소에서 이송구급차를 보내 바로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이송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아직도 반 이상이 병·의원에 내원해 신고되고 있어서 병원내 확산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1339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의 홍보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환자 발생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 것은 메르스 의심환자가 공항 검역소에서 확인되지 않고 입국한 부분이다.
검역소라는 곳이 하루 수만명 이상이 거쳐가는 곳이고 자발적인 신고(자진신고, 설문지를 통한 증상 신고)를 바탕으로 검역을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가 본인의 증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하면 감염병 의심환자를 전혀 거를 수가 없다.

게다가 많은 시민들이 설사나 발열의 증상이 있어서 검역소에 신고하면 검역절차에 따라 검사를 받게 되거나 격리가 될 수 있다 보니 본인 증상에 대한 자기 부정(‘난 괜찮을 거야.’)에 쉽게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외국의 검역소에 대한 논문을 보면 검역소에 투자하는 비용에 대비해서 검역소가 생각보다 해외 유입 감염병을 잘 못 잡아낸다는 보고가 있다. 게다가 메르스 환자가 유입된 30여개의 국가 중에서 검역단계에서 메르스 환자를 확인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검역소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검역소는 신종감염병과 해외유입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더 개발해 여행자들이 본인의 건강 상태의 변화에 따른 위험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검역 인원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개선해 검역소가 건강 이상으로 붙들리면 불편한 곳이 아니라 해외 여행 후에 자기의 건강상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위험상황을 도와주는 유익하고 편안한 장소가 돼야 할 것이다.

2015년에 비해 방역당국의 대응 중에서 한결 나아진 부분은 대국민 홍보와 관련된 것이다. 환자가 확진 된 후 3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환자 발생 상황을 언론을 통하여 발표했고 환자의 비행편, 국내 도착한 이후의 동선을 소상히 알려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일조했다. 또 매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한 것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다부처 협력도 인상적이었다.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탑승 했었던 외국인 중에서 50여명이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외교부, 행정안전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과 협력해 모든 외국인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종료 기준은 마지막 환자의 완치 후에 메르스의 최장 잠복기 14일의 2배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16일 자정이 되면 2018년의 메르스도 역사의 뒤안길에서 기억될 것이다.

2015년도에 국가방역체계 개편 작업을 하면서 역학조사관 수의 확대, 병원급 의료기관의 음압격리실 확충, 감염관리실 전담인원의 확대와 같은 제도의 유예기간이 올해 말에 대부분 몰려있다. 많은 정책들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었는지 확인을 해보면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것보다도 더 안타까운 부분은 질병관리본부가 이런 감염병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고생하고 있는데 위상은 그대로라는 거다.
메르스 이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독립적인 인사·재정권을 줄 것처럼 하다가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끝나버렸고 보건 분야를 강화하기위해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도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돈과 인력이 부족해 언제나 과로에 지쳐있는 대표적인 3D 부서가 돼 있다. 한 국가의 감염병과 질병을 주관하는 부서가 힘들고 어려운 부서로 각인되어 유능한 보건의료인이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부서가 되어간다면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지금도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부분에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 뿐이 아닐 것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재정계획을 고민하고 끌어갈 총리 또는 대통령 산하의 위원회도 시급하다.
감염병을 대응을 위해서는 장시간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한 부서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포함해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민간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하여 5년, 10년 후 한국의 감염병 대응 체계를 그려볼 수 있는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

10년쯤 지나서 2015년과 2018년의 고통스러웠지만 귀중한 메르스 대응 경험이 한국의 감염병 대응 능력을 혁신하는데 이정표가 됐다는 회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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