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민들로부터 보다 신뢰받고 일 잘하는 실력 있는 국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사, 예산, 조직 등 운영 전반에 혁신이 필요하다. 지난 30년 국회에서 일한 입법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에 국회 혁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았다.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정재룡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은 1988년 제9회 입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입법실무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일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정 수석은 지난 1년여 동안 각종 언론에 기고한 칼럼과 본인이 직접 창립해 12년 간 회장을 맡고 있는 국회법제연구회의 결실(법제와 입법)을 모은 책 ‘입법의 현장’을 책상 위에 내놓았다.
정 수석은 지난 30년 간 국회실무 경험을 담은 이 책은 사실상 개인이 집필한 입법실무 관련 서적으로는 유일무일하다. 지난 2015년 1월 당시 국회 교문위 수석으로 부임한 이후 7차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한 내용과 법안 등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 노하우도 담겨 있다.
정 수석은 “국회는 정치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입법의 현장이기도 하다”며 “국회에 의원이 아닌 일반직원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입법실무를 담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 정치인 등 국회의 입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에겐 일종의 교본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일반 독자들이 국회와 입법과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정 수석이 내놓은 책에는 검토보고서 작성법 외에도 각각의 사례연구마다 검토보고서의 품질 제고를 위한 정 수석의 고민과 열정이 녹아 있다. 국회의 개혁과 발전을 위한 충정어린 제언과 고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국회혁신자문위원회 활동에도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룡 수석전문위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받고 일 잘하는 실력 있는 국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사, 예산, 조직 등 운영 전반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이은철 기자.

-국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전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정재룡을 국회로 보내자’라는 이야기가 많았다(웃음). 졸업하기 1년 전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막상 기업에 취직하려다 보니 적성에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게 내 가치관과 적성에 맞을 거 같아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러다 우연히 입법고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다행히 합격해 평생직장을 얻게 됐다. 항상 감사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다 보니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한 결정이고, 뿌듯하다.”

-평소 소신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2015년 10월경이다. 당시 국회 교문위 회의에서 국립대 총장 선출제도와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연계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한참 오갔다. 찬성과 반대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과감히 절충안을 내놓았다. 단순히 총장 직선제를 채택했다는 이유로 사업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소신을 굽히지 않고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실제로 이후 총장임용제도 개선안이 내 의견대로 발표됐다. 그 뒤로 교육부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눈빛이 변했더라(웃음).”

-국민들이 바라보는 국회의 모습이 점점 변하고 있는데, 국회가 부응하고 있다고 보나.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절실한 건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는 행정부의 예산안을 감액하는 차원에 그친다. 예산을 증액하진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최근 펴낸 ‘입법의 현장’에는 국회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안, 개선안이 담겨 있다.”
정재룡 수석전문위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며 예산심의권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이은철 기자.

-20대 국회에 들어 법안 발의수가 2만여건에 달할 거라는 예측이 있는데.
“30년 전에는 발의 법안수가 수백건에 그쳤다. 19대에는 1만8000여건, 이번 20대 국회에는 2만여건이 발의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국회가 정책을 주도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비해서도 녹록치 않은 업무환경이지만 국회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심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포부는.
“지난 1일 출판을 기념해 지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줬고 좋은 덕담도 많이 나눴다. 지난 30년 간 국회에서 일한 것이 너무 큰 보람으로 느껴졌다. 얼마의 시간이 되더라도 그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것과 같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양정원 기자 yjw700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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