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캡처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짓고 있는 그의 눈가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습니다. 그런 신부를 꼭 안은 신랑의 모습은 왠지 낯섭니다. 머리카락이 길고요, 화장도 조금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사실 모녀지간입니다. 중국 후베이성 스옌시에 사는 딸의 이름은 마얼(가명), 올해로 28세가 됐습니다. 어머니는 63세입니다. 두 사람은 최근 ‘결혼사진’을 찍었습니다. 신부는 단연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였고, 신랑 역할은 마얼이 맡았습니다.

어머니와 딸이 이날 하루 ‘특별한 부부’가 된 데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마얼의 아버지는 1997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얼이 일곱 살, 그의 오빠가 열일곱 살이던 해였지요. 어머니는 그때부터 두 자녀를 홀로 키웠습니다. 생계를 위해 거리 청소부, 쓰레기 수집 등 온갖 궂은일을 했습니다.

어느덧 장성한 딸은 어머니가 결혼사진 한 장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한 채 사별했던 겁니다. 마얼은 자신이 신랑이 되어 웨딩드레스를 입은 어머니와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얼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사진관을 찾았습니다. 난생처음 입는 웨딩드레스가 어색했던 어머니는 무척 긴장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화장으로 얼굴을 단장하고 옅은 갈색 정장을 입은 딸 곁에 섰습니다.

“모든 여성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 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기회를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마얼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한 말입니다. 마얼은 “어머니는 오빠와 나를 돌보느라 많이 고생하셨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 몇 년간은 밤마다 몰래 우셨다”고 회상했습니다.


사진 촬영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두 사람은 사진 40장을 골라 앨범도 만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촬영 도중 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고군분투하며 길러낸 딸의 마음 씀씀이에 감격했을 테지요. 지난 세월, 홀로 자녀 둘을 키우며 가슴 한켠에 꾹꾹 눌러둔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마얼은 “어머니가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모으며 종종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오빠와 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지 다 자란 후에야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마얼의 어머니는 이제 한 공장의 구내식당에서 파트타임 요리사로 일합니다. 마얼과 오빠가 집에서 쉬라고 권유했지만, 어머니가 거절했다고 합니다. 마얼은 “아마도 한가한 생활에 익숙하지 않으신 것 같다”며 “어쩌면 우리에게 계속 보탬이 되길 바라시는 것 같기도 하다”고 추측했습니다.

마얼은 어머니와 찍은 결혼사진을 중국 소셜미디어에 공개했습니다. 지역 언론을 통해서도 마얼의 사연이 전해졌지요. 많은 네티즌이 모녀의 애틋한 마음에 감동했다고 합니다.

마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릴 적 많이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늘 제게 새 옷을 사주셨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양말 한 켤레조차도 사지 않으셨지요. 어머니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쓰레기 줍기 같은 고역스러운 일만 하셨습니다. 그래도 제 가슴 속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어머니입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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