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초등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건물주를 꿈꾸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는가 하면, 과도한 월세 인상으로 세입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부러움과 ‘갑질 횡포’라는 부정적 인식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30일 온라인에서 한 건물주의 특별한 결단을 소개한 임차인의 사연이 화제가 됐습니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한 상가 건물에서 ‘버무리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백모씨(43)는 29일 오전 건물주 변모씨(63) 측의 갑작스런 부름을 받았습니다. ‘도장 들고 사무실로 오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장사하기 힘든데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답니다.

이런 백씨 앞에 변씨 측 건물 관리인은 한 장의 계약서를 내밀면서 도장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백씨는 월세 인상 계약서인가 하며 손을 떨며 집어 들었다는데요. 잔뜩 긴장했던 백씨는 이내 미소를 지었습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임차인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함에 임차인과 월 임대료를 아래와 같이 조정한다”라고 적힌 ‘한시적 월임대료 조정 합의서’였습니다.

건물주 변씨는 임차인 백씨의 월 임대료를 100만원이나 감면해줬습니다. 1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4개월간 1400만원을 덜 받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부평구에서 가장 번화한 부평역 앞 문화의 거리(로데오거리) 한복판 10층 건물에 세 들어 있는 10개 점포 임차인 모두 월 임대료의 15~20%를 감면 받게 됐는데요. 변씨 측은 감면액이 월 1000만원 가량 된다고 했습니다.


변씨 측 건물 관리인은 “건물주는 수십년 장사를 통해 자수성가한 분이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서로 상생하는 차원에서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차인 백씨는 이 건물에서 5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요. 건물주가 월 임대료를 단 한 차례도 올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해 배려에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건물주가 월 임대료를 내린 것은 문화의거리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정말 사실이냐”며 놀라워했는데요. 그는 “십수년째 부동산을 하고 있는데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선망과 냉소를 동시에 받는 건물주. 가진 것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덜 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인 걸로 보입니다. 임차인이 있어야 건물주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베풀고, 임차인들은 다시 손님에게 베푸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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