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제공

국군기무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 전신)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회복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치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또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 대한 ‘사이버 사찰’ 혐의도 확인됐다. 당시 기무사는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체포하기 위한 불법감청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조사한 군 특별수사단이 6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당시 기무사 610부대장 소강원 전 참모장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세월호TF 현장지원팀장을 맡았던 박모 대령 등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유병언 검거 작전 중 불법 감청을 한 4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번 사건은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기간 동안 ‘통치권 보필’이라는 미명 아래 권한을 남용해 조직적·기능적으로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VIP 지지율 회복 방안, 靑에 보고…사이버 사찰 활동도 드러나


기무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후로 예정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을 위한 출구 마련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수사단은 ‘여론 및 PI 관리 방안’이라는 제목의 당시 청와대 보고 문건을 입수했다. 여기에는 ‘6·4 지방선거 以前(이전) 국면전환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對(대)정부 신뢰 제고 및 VIP 지지율 회복’이라고 적혀 있다. 기무사는 또 ‘세월호 관련 여망 및 제언수집’이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방안을 수집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실종자 수색포기를 위한 ‘세월호 수장 방안’이 청와대에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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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혐의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기무사는 실종자 수색포기, 세월호 인양포기를 세월호 정국 조기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봤다. 유가족을 설득·압박하기 위해 실종자가족 개별성향(강경, 중도 등),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사항 등 유가족에게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한 첩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610부대장은 각 부대원에게 개인별 현장임무를 부여했다. 활동 중 적발됐을 때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위장’ 등 활동 지침도 내렸다. 부대원들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주로 머물던 진도체육관 등지에서 실종자 가족 개인의 성향, 가족관계, TV 시청내용, 음주실태, 실종자 가족 중 여론 주도자 식별 등 유가족 사찰 관련 첩보를 수집해 보고했다.

310부대장은 경기도 안산 등지에서 유가족 및 단원고 복귀 학생 동정,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 정치성향, 가입정당, 합동분향소 주변 시위 상황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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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내 사이버 활동부대도 동원됐다. 이 부대는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뿐만 아니라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 보고하는 등 ‘사이버 사찰’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보고 문건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군 복무 부대뿐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 엘지트윈스 팬이었음’ 등 사생활까지 포함돼 있었다.

유병언 검거 위한 불법감청


기무사는 또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회장을 체포하기 위해 불법감청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무사는 2014년 6월 11일부터 유병언 사망 확인 때까지 ‘3처 TF’를 구성해 전 부대 차원의 검거 활동을 실행했다.

기무사는 수차례 청와대에 감청활동 등 유병언 검거 작전 상황을 보고했다. 당시 감청장비를 투입했다는 기무사 보고에 대해 ‘기무사만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음. 최고의 부대임’이라고 독려한 청와대 문건도 확인됐다.

기무사는 지휘부 회의를 통해 ‘유병언 추종자’들의 무전기 통신 내용을 감청키로 하고 기동방탐장비를 투입했다. 감청 시작 직후 기무사 실무자는 ‘무선통신 감청관련 위법성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감청의 위법성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방탐장비에 의한 감청 위법성 극복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감청활동은 위법하므로 이를 적법하게 보이도록 위장하기 위해 전파환경 조사 명분으로 활동한다’는 취지의 보고가 이뤄졌다.

기무사는 공공기관 무전통신뿐 아니라 항만·공사장·영업소 등 개인간 무전통신까지 감청해 수백 쪽의 ‘채록문’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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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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