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최근 주변에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조 전 사령관이 최근 주변에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이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군·검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다고 발표(7일)한 직후 전해진 소식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보도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의 형제 10여명 중 대부분이 미국 시카고 등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 전 사령관 부모의 묘소도 미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지난 9월 20일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여권 무효와 조치 절차와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에 착수했다.

외교부는 합수단 요청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합수단은 변호인 등을 통해 조 전 사령관의 귀국을 요청했지만 조 전 사령관은 귀국을 미루고 자취를 감췄다. 지난 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조 전 사령관의 미국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법조계 안팎에선 수사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할 명분이 사라졌으며 여권 무효화에도 지인 집에 거주하는 방식으로 도피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합수단은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내란음모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 불명 등으로 수사를 마치기 어려운 경우 문제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조치다.

합수단은 또 조 전 사령관과 함께 고발된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8명에 대해서도 각각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렸다. 다만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려고 해당 문건이 정상적인 훈련용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허위 공문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소강원 전 참모장 등 3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합수단 조사 결과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100만 명을 넘긴 2016년 11월 15일부터 계엄령 검토가 이뤄진 지난해 2월 10일까지 4차례 청와대를 방문했다. 특히 2016년 12월 5일에는 사전에 일정을 잡지 않고 갑자기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합수단은 박 전 대통령과 계엄령 검토를 상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록만으로 조 전 사령관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합수단은 정황 증거로 공모자의 윤곽을 갖고 있지만 조 전 사령관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어야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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