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갑자기 연기된 것은 북한의 요청 때문으로 확인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이유가 뭐냐’는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북측이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까 연기를 하자’고 요청했다는 미국 측의 설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찬 행사 중에 우리 한반도 본부장으로부터 급히 연락을 받았다”며 “한·미 간 여러 소통채널을 통해 (연기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어 ‘미 국무부 대변인 담화를 보면 크게 뭐가 있는 거 같진 않고 일정의 문제인 것 같다’는 지적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북·미 간 심각한 이견 때문에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것이 아니라 북·미 간 일정 조율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 장관은 “이번 연기와 관련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며 “미국의 회담 준비 상황에 대해 여러 레벨을 통해 파악하고 있고 남북 채널을 통해서도 이번에 연기된 협의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모두 ‘분주한 정치 일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6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의원 구도가 민주당 주도로 변화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정책은 물론 대외 정책까지 포함한 국정 운영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설 등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북한 나름대로 비핵화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내 서울 답방까지 약속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도 7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일정 때문에 내일 예정된 북·미 고위급회담이 변경됐다”며 “다른 날을 잡을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좋고 아주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주한 일정’ 때문에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됐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선(先) 비핵화 검증’을 요구하는 미국과 ‘선(先)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의 이견이 어떻게 조율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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