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카운터에 있는 존 찬. 트위터

오전 7시 반. 이맘때면 거리는 고요합니다. 조용히 숨을 죽이면 이따금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죠.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가게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그 가게의 정체는 향긋한 냄새가 나는 빵집이었는데요. 그때 들리는 목소리.

“매진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오전 8시도 안 됐는데 매진? 얼마나 맛있는 빵이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물론 맛도 있었지만, 손님이 많은 이유는 맛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은 몸이 불편한 아내를 간호하는 빵집 사장님을 조기 퇴근시키기 위해 매일 아침 박스째 도넛을 사 가는 이웃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존 찬(62)과 스텔라 찬(63) 부부는 28년간 아담한 빵 가게를 운영하며 마을 사람들의 아침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10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가게에 들른 단골손님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분은 어디 가셨어요?”

존 찬의 아내 스텔라 찬은 지난 9월 22일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로 쓰러져 요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10일 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겨우 눈을 떴지만, 온몸이 마비된 상황이었죠.

존 찬은 “몸이 안 좋아 요양원에서 회복 중이에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빵이 다 팔리면 서둘러 가게를 정리하고 아내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단골손님 카비올라(Caviola)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빵 가게 사장의 사연을 올리며 도움을 주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사연을 접한 동네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빵 가게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가게는 새벽 4시 반에 문을 열어, 오후 3시까지 장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소식이 알려진 후 오전 9시쯤이면 빵이 매진돼 가게 사장은 조기 퇴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전 6시쯤이면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뤄 줄이 생길 정도였다고 해요.

카비올라는 캘리포니아 일간지 오렌지컨트리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빵 가게 사장의 안타까운 사연이 온종일 잊히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매일 아침 12개의 빵(1박스)을 산다면, 그가 일찍 문을 닫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빵을 사기위해 아침 일찍 가게에 방문한 이웃. CBS

빵 가게 18년 차 고객 마크 로프스코는 “도넛을 회사 동료들이랑도 먹고, 친척들이랑도 먹고, 가끔 소방관이나 노숙자에게도 나눠줬어요. 서로 힘들 때 돕는 게 이웃이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존 찬은 감격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찾아와 빵을 3, 4다스씩 사 갔어요. 정말 감사해요. 도와준 이웃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하늘에도 전해졌는지 스텔라는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존 찬은 “이제 이야기를 하고 혼자 앉기도 하며 오른손으로 물건을 집을 정도”라고 스텔라의 상태를 전했습니다.

소소한 배려가 만든 기적,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 세상 속에서 들려온 훈훈한 사연 하나에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우리의 작은 배려가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키길 바라면서 살짝궁 작은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슬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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