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9일 오전 5시쯤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소방관이 화인과 발화 지점을 파악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7명의 사망자로 이어진 인명피해 확산 속도에 있다. 사망자를 포함한 사상자 18명은 모두 3층과 옥탑 투숙객이었다. 이 층에서 출입구는 하나뿐이었다.

소방당국은 9일 국일고시원에서 진화에 성공한 뒤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경찰은 발화 지점으로 3층 입구 쪽에 위치한 301호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방의 투숙객 A씨(72)는 “새벽에 잠에서 깨 전열기 전원을 켜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돌아왔을 때 전열기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며 “옷과 이불로 불을 끄려 했지만 옮겨 붙어 대피했다”고 경찰에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증언대로면 화인은 누적으로 무게를 실을 수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실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환인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현재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시원은 대체로 여러 객실을 다닥다닥 붙이고 좁은 복도만 연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렇게 탈출에 용이하지 않은 구조는 화재·붕괴에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사상자가 많았던 3층은 출입문이 하나뿐이었다. 유일한 탈출로가 불길에 가로막혔던 셈이다. 잠에서 깨어나 화재를 인지하고도 탈출하지 못한 사망자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재경보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윤민규 종로소방서 지휘팀장은 “이 건물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아니지만 비상벨·감지기 등 경보 설비는 의무화돼 있다. 비상벨이 설치된 것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피신한 투숙객 중 일부는 “‘불이야’라는 누군가의 대피 신호를 들었을 뿐 비상벨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불은 이날 오전 5시쯤 발생했다.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화상 등 부상을 입었다. 소방대원 173명과 경찰 40명 등 236명은 진화에 투입됐다. 불은 오전 7시쯤 잡혔다. 경찰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전기·가스 등 유관기관은 오는 10일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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