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쉽게 개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제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홍 후보자는 또 “지금 경기가 침체나 위기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기침체론’을 적극 반박했다. 시장에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가 낙관적 경기인식을 바탕으로 실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성장률 등 견고한 지표도 있다”

홍 후보자는 9일 부총리 지명 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근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용지표가 부진하고 민생경기도 굉장히 어렵다”며 “올해 어려움이 내년에 금방 개선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편으로 지표를 자세히 보면 성장률 등 견고한 지표가 보인다”며 “현재 잠재성장률 아래에 있지만 본격적으로 위기, 침체라는 판단은 성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생경기에 대한 빠른 대처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지표 부진으로 어려워진 민생 경제 회복에 전력투구하려고 한다”며 “필요하다면 경제관계장관회의 이름도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꾸겠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 등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중장기적 과제 외에 국민들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들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제는 심리’ 강조했지만…

홍 후보자의 이 같은 언급은 KDI나 민간연구기관이 바라보는 경기상황에 비해 다소 낙관적이다. KDI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는 제조업 성장이 둔화되고 서비스업 개선 추세도 완만해진 가운데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도 투자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도 완만해져 내수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성장엔진이 약화되고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다.

홍 후보자는 경기상황을 반전시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해 “어려움이 있지만 공무원 30년 하면서 잘 극복했다”며 “경제가 심리라는 말을 각인하고 가능한 희망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했다. 그가 민생안정대책과 경제활력대책회의 등을 언급한 것도 시장에 불안감이 과도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후보자는 또 매주 수요일 점심을 활용해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인들과의 접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런 카드가 확산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KDI는 현재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의 경우에도 반도체 부문 외에 다른 품목 수출이 부진해 산업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의 부진과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의 한계가 결국 심각한 고용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중 간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불안 등 대외리스크마저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게 KDI의 평가다.

특히 정부가 잘못된 경기 인식에 근거해 소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 경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에서 바라보는 인식과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 후보자는 이에 대해 “KDI 분석에 대해서는 저희도 경기 분석에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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