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주최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 참석자들이 IT 업계 곳곳에 벌어진 폭행과 갑질 사례를 고발하고 있다.

“너무 방대해서 핵심을 짚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기 나오신 분들의 얘기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주최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IT 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는 IT 업계 곳곳에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과 같은 폭행과 갑질 사례가 있었음을 고발하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스물다섯 살의 디자이너는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사장에게 폭행을 당했다. 사장의 주먹질에 청년의 입술은 피로 물들었다.
매출 4000억 원으로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쓴 인터넷강의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장민순 씨는 장시간 노동에 지쳐 두 달간 휴직한 뒤 돌아왔더니 임직원들이 열람하는 게시판에 ‘자아비판’ 형식의 업무보고서를 올리라는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받아야 했다. 장 씨는 모멸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례자들의 증언을 들은 뒤 발제자로 나선 민주노총 법률원 장재원 변호사는 “이 같은 사례들은 IT 업계에 만연하다”며 “위디스크 양 회장 사건은 웹하드 카르텔을 고발한 동시에 IT 업계의 가혹한 노동실태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위디스크 사건에서도 IT 업계의 노동 상황에 주목했다.

실제 이 의원이 IT 노조와 함께 ‘IT 업계 노동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지키는 근로자는 응답자 12.4%에 불과했고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노동자가 전체 응답자의 25%를 넘었다.
또 설문 참여자(503명) 중 23.26%는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고 20.28%가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는 11명, 왕따 및 괴롭힘은 24명, 성희롱·성폭력 피해는 16명에 달했다.

장 변호사는 이 의원실의 조사 결과를 2013년 국회사무처에서 내놓은 ‘IT 노동자 근로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와 비교했다.
그는 “2013년 당시 조사를 통해 확인된 IT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5년이 지나도 큰 차이가 없다”면서 “장시간 근로 환경, 파견근로 실태, 프리랜서 노동자의 근로자성,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과 관련해서 ‘근로기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업계 특성상 주 52시간 근로시간은 꿈도 꿀 수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장 변호사 설명이다.
근로기준법에선 연장 근로수당을 받기 위해 야근했음을 입증하는 책임이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무료 야근’이라는 업계 관행상 사업장에는 노동시간을 증명할 자료가 없는 만큼 연장근로를 노동자가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장 변호사는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정확히 기록·보존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률적·정책적 규율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IT는 업계 특성상 하도급 형태로 인력을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IT 업계 프리랜서들은 하도급 업체들과 연결해주고 커미션을 받는 속칭 ‘보도방’을 통해 용역 계약을 맺고 근무하고 있다.
이 의원실의 노동실태 조사에서도 IT 프리랜서들의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계약은 12%에 불과할 정도로 근로 안정성이 취약했지만 임금은 79.8%가 월급제로 받았다.

장 변호사는 “IT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와 법정수당 미지급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엄격한 근로감독 실시가 필요하다”면서 “입법적으로 근로기준법 임금 대장 작성에 대한 제재를 강화, 사법적으로 근로자의 연장근로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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