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설민석씨. 뉴시스

한국사 강사 설민석씨가 민족대표 33인 유족회에 140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동욱)는 14일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정모씨 등 21명이 설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설씨는 유족회에 1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독립운동가 손병희씨 아들에게 200만원, 손자에게 150만원, 증손자에게 100만원, 고손자에게 5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밖의 민족대표 유족에겐 1인당 25만~100만원의 위자료를 산정했다.

유족회는 설씨가 2014년 1월 펴낸 교양서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등에서 민족대표들의 1919년 3·1운동 당일 행적과 관련해 ’룸살롱에 있다’ ‘일본 경찰에 자수했다’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3·1운동 당시 상황을 기술한 일부 역사서에 만세 시위가 가급적 과격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독립선언서 낭독 장소를 변경한 민족대표들의 처신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며 “같은 취지의 발언이 설씨만의 독자적 인식이라도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고, 역사 비평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허위성 정도가 허용할 수밖에 없는 범위 안에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만 ‘민족대표들이 1920년대 대부분 친일로 돌아서게 된다’는 설씨의 주장을 명예훼손으로 봤다.

재판부는 “태화관에 있었던 민족대표 33인 중 최린, 정춘수, 박희도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3·1운동에 가담해 옥고를 치르고 나왔다”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름대로의 독립운동을 펼쳤고, 적어도 친일반민족 행위로 평가할 행위를 하지 않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민족대표들이 거사 당일 이완용의 단골집인 룸살롱에 갔다’거나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다’는 식의 표현도 재판부는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재판부는 민족대표들에 대해 “새롭게 건설한 대한민국으로부터 건국훈장까지 추서·수여받은 역사 속 인물”이라며 “역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의 범위를 일탈해 후손들이 선조에게 품은 합당한 경외와 추모의 감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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