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면 캡처

강서구 주차장 살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20대 여성의 사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이혼 숙려 기간 동안 살해된 여성은 지속적인 남편의 폭력으로 은둔생활을 했다. 그러나 여성은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피해 여성은 남편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국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다. 경찰이 아내의 신고 사실을 남편에게 알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공분하고 있다.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재조명했다. 아울러 1년 전 이와 비슷했던 또 다른 사건도 전했다. 제작진은 두 사건을 토대로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잔혹한 살인 사건의 범인은 전 남편이었다. 숨진 40대 여성 이모씨의 세 딸은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의 사형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딸들은 숨진 엄마가 결혼생활 내내 지속적으로 폭력에 시달렸고 결국 3년 전에 이혼했다고 전했다.

이혼 후 이씨는 딸들과 여러 곳을 전전하며 전 남편 김모씨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김씨는 이들의 거처를 찾아냈고 위협과 폭행을 가했다.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에서 접근 금지 명령까지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두 달 전 이씨에게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아내의 모든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다. 사건 당일 김씨는 자신의 집을 나설 때 회칼과 과도를 챙겼었다는 점에서 계획된 범행임을 알 수 있었다.

5년 전 김씨는 이씨를 잔인하게 폭행했지만 김씨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당시 김씨는 이씨의 제주도 여행 일행 중 남자가 있었다는 점을 트집잡아 이씨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이씨는 양쪽 눈에 출혈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가족들은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김씨는 특별한 제재 조치 없이 풀려났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구속 요건이 되지 않아 석방했고 긴급 임시 조치만 내렸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와 남편을 피해 숨어 살기 시작했지만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개명까지 하고 친구 명의를 빌려 집을 계약했지만 김씨는 이씨를 찾아냈다. 당시 김씨는 칼을 들고 이씨 앞에 나타났다. 이씨와 셋째 딸은 김씨를 달래 근처 식당으로 향했고 식당 주인에게 몰래 도움을 요청해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김씨가 칼을 소지하고 있는 걸 확인했지만 김씨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강서구 주차장 살인 사건과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는 사건이 1년 전 서울 강남에서도 발생했다.

피해자 부모는 제작진에게 연락해 자신의 딸인 고(故) 강슬기(가명)씨 사건을 폭로했다.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대에 다니던 강씨는 대학을 관두고 미용 관련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강씨는 2년 전 남편 조모씨와 결혼해 이듬해 예쁜 딸을 낳고 성공한 사업가 부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 강씨가 지난해 11월 강남의 한 빌라 앞에서 남편에게 살해됐다.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던 강씨는 남편을 피해 그곳에서 숨어 살고 있었다. 조씨는 강씨를 보자마자 주저없이 그녀를 덮쳤고 흉기로 수십 차례 공격했다. 이후 112에 전화해 자수한 뒤 몇 차례 더 잔인하게 강씨를 찔렀다.

강씨의 지인은 방송에서 “옷을 다 벗겨 놓고 때렸다고 한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6시간 동안 때리고 ‘너는 나로 소독해야 한다’며 소변을 먹였다더라”고 주장했다. 폭행 후 성폭행도 했다고 전했다. 강씨의 지인은 제작진에게 충격적인 녹음 파일을 들려주기도 했다.

녹음 파일엔 어린아이와 세 들어 사는 후배가 있는 상황에서도 조씨가 강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후배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조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강씨가 격리조치 됐다. 경찰은 “피해자 강씨가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아 처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차피 벌금형을 받아도 자신이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강씨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월세를 얻어 피신했다. 아이를 양육하기로 한 조씨는 합의 이혼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강씨가 아이를 만나러 올 것을 요구했다. 이혼 숙려 기간이었던 지난해 11월 25일 조씨는 아이가 아프다며 강씨를 불렀고, 강씨는 자신의 몸을 만지지 말라고 경고한 뒤 집으로 갔다. 그러나 조씨는 강씨를 성폭행한 것은 물론 폭행까지 했다. 조씨가 잠든 사이 슬리퍼 차림으로 집을 빠져나온 강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전 9시쯤 조씨에게 전화해 아내가 성폭행으로 신고했으니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원색적인 비방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씨에게 “억울한 것은 풀어주겠다. 문자 보내고 싶으면 정상적인 언어로만 보내라. 나중에 상대방이 협박이라고 주장하면 내가 보낸 건 맞지만 협박이 아니라면서 자료를 보내줘라”라고 조언했다.

강씨는 경찰이 남편에게 신고한 사실을 알려줬다는 것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갔다가 결국 조씨에 의해 살해당했다. 조씨는 자신이 자수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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