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 초등생 22명 구한 ‘천국에서 온 버스운전사’

기도와 용기로 22명의 초등학생을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에서 구해낸 스쿨버스 운전사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그를 ‘천국에서 온 버스운전사’라고 칭찬하고 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북부 파라다이스 소재 폰데로사 초등학교의 버스운전사인 케빈 맥케이(41)가 지난 8일 화재로 위험에 빠졌던 초등학생 22명과 여교사 2명 등을 극적으로 구했다고 소개했다.

케빈 맥케이. CNN 영상 캡처

맥케이는 사고 당일 산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이른 아침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뒤 학교로 달려갔다.


학교는 어수선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이미 자녀들을 데리고 대피한 상태였다. 하지만 학교 곳곳에는 여전히 여러 명의 어린 학생들이 남아 있었다. 맥케이는 교장과 상의 끝에 아이들을 모아 스쿨버스에 태워 탈출하기로 했다.

스쿨버스에는 22명의 어린 학생과 유치원 교사 애비 데이비스(29‧여), 초등학교 2학년 교사 매리 루드윅(50‧여) 등이 탔다.

탈출 당시엔 불길이 맹렬한 기세로 학교로 향했다. 루드윅은 “하늘이 어두컴컴해 무서웠다”면서 “마치 지구 종말을 앞둔 아마겟돈 같았다”고 떠올렸다. 맥케이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암흑의 제왕 사우론의 본거지인 ‘검은 땅(Mordor)’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탈출은 쉽지 않았다. 차량들이 몰려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맥케이와 교사들은 버스를 버리고 걸어서 탈출해야할 지를 고민했지만 버스에 남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재로 인한 연기였다. 버스 안도 안전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질식될까 걱정됐다.


데이비스와 루드윅이 버스 통로를 다니며 학생들을 안심시키는 동안 맥케이는 셔츠를 벗어 옷을 찢기 시작했다. 버스에는 다행히 생수 한 통이 남아 있었다. 맥케이는 셔츠 조각을 물에 적신 뒤 아이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었다. 젖은 셔츠를 코와 입에 대자 아이들이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 학교 4학년생인 샬럿 메르즈(10)양은 “최대한 조용히 있으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냥 행복한 곳으로 가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왼쪽 오른쪽 어딜 봐도 불길이었다”고 덧붙였다.

맥케이는 중간에 도로에서 차 문을 두드리는 여성을 태우기도 했다. 여성 역시 인근 초등학교 교사였다. 여교사는 탈출 도중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사고로 차를 버려야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스쿨버스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교사들은 차 안에서 주님이 함께 하길 기도했다.

꼬박 5시간의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맥케이는 스쿨버스를 학부모들이 기다리는 안전한 곳에 댈 수 있었다. 데이비스의 남편은 아내를 구해준 맥케이를 꼭 껴안고 들어 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맥케이는 지난 18일 치코의 공원에서 만난 CNN 기자에게 “학생들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일은 버스 운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전 제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데이비스와 루드윅은 “맥케이는 진짜 영웅”이라면서 “저흰 천국에서 온 버스운전사를 만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의 77배 이상에 해당하는 15만1000에이커를 태웠다. 20일 현재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77명으로 집계됐지만 1000명 이상이 행방불명 상태여서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사진=CNN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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