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기 연루설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그간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로닷의 유명세 탓이다. 마이크로닷은 ‘대세’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최근 잘 나갔다. 논란이 불거진 당일에도 ‘새 방송’과 ‘새 광고’ 속 출연 소식이 전해졌다. 피해자 주장이 묵살될 수 있었던 시점은 유명해지기 전까지의 일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수년 전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왜 들으려 하지 않고 흐지부지 넘겼느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방송에 부모를 출연시키고, “어린 시절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를 했다. 피해자들이 분노하는 지점도 이와 일치했다.

피해자 A씨의 가족은 2016년부터 커뮤니티에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도주를 주장해왔다. 그는 20일 다시 올린 글에서 “(형제 소식을) 알고 싶지 않은데 매체를 통해 기사를 접했을 때 한 번씩 글을 남겼다”고 했다.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방송에 나오는 것에 가족들이 힘들어했고,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그런 방송은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읽은 기사 제목에서 “뉴질랜드에서 사기를 당해서 어렵게 자랐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방송에 그들의 부모가 얼굴을 내밀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지난 1월 채널A의 도시어부에서 “뉴질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집 다섯 채를 살 돈을 친척에게 사기당했다”고 얘기했다. 어려운 살림에 한동안 수제비만 먹었다고도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재생할 수 있습니다.) 3월 같은 방송에는 뉴질랜드에서 식당을 하는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출연하기도 했다.



‘그냥 잊고 살자’며 가족과 마음을 다잡았는데 마이크로닷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 화가 났다고 한 피해자 A씨의 가족은 “우리 가족이나 다른 피해자분 가족들의 생각은 다 같을 것이다. 돈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 그 얼굴들을 생각나게 하는 이들이 방송 매체에서 보여서 자꾸 과거의 일을 생각나게 한다. 안 보고 싶다는 것 그거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거듭 말씀드리지만 그 돈을 받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과거의 안 좋은 일을 기억나게 하는 이들이 방송에 나와서 상처를 후벼 파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과거 몇 차례 썼던 피해 주장 글이 커뮤니티에서 삭제되고, 또 자신이 마이크로닷 형제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댓글이 사라진 적이 있다고도 했다.

A씨의 가족은 입길에 오르내리는 배우 홍수현에게 사과의 뜻도 밝혔다. “일단 뜻하지 않게 만난 배우분께 죄송하다. 더는 그분께는 비난의 글을 안 남기시면 좋겠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분께 유일하게 죄송하다”고 적기도 했다.




또 다른 사기 피해자 B씨의 가족도 20일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몇 년 전 쇼미더머니에 나왔을 때 몇몇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당사자가 외면하고 프로그램 측에서 흐지부지되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의 3억원 가까운 빚을 20년 동안 갚아왔다고 설명한 B씨 가족은 “결정적으로 피해자들이 화가 났던 것은 수제비를 먹을 정도로 집이 가난했다. 본인이 사기 피해자이다. 유년기에 어려웠다는 소리를 해서”라고 꼭 집어 말했다.

방송에 나와서 한 발언이 경솔했다고 한 B씨 가족은 “교묘하게 프로그램 틀 안에서 수십 수백에 달하는 피해자 가슴에 못 박는 비겁한 언행은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마이크로닷은 20일 낸 공식 사과문에서 “피해자들에게 두 번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 숙였다. 마이크로닷은 20년 전 자신이 어렸을 때 일어났던 일이라 최근까지도 몰랐다면서도 “아들로서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초 기사가 난 후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