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법원의 프랭크 카프리오(81) 판사는 평소 인간적이고 공정한 판결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고 합니다. 단순 범칙금 부과 판결처럼 경범죄 재판에도 피고인 입장을 세심하게 따지곤 한다죠. 무엇보다 피고인의 어린 자녀를 법정 위로 불러 이들의 생각과 입장에 귀 기울이기로 유명하다는데요.

최근 과속운전으로 법정에 서게 된 두 아이의 어머니가 영어가 서툴러 8살짜리 아들과 함께 법정에 섰습니다. 카프리오 판사는 통역사를 물리고 아들을 법정 위로 불러 아들에게 어머니를 변호해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어머니가 새 직장을 구하느라 돈이 없다”며 “무죄를 선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카프리오 판사는 “진심으로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는 착한 아이”라고 칭찬하며 무죄를 선언했습니다. 이를 전해들은 어머니는 감동을 받아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하죠.




때론 이런 아이들의 판단이 훨씬 객관적 일 때도 있어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집니다. 한번은 속도위반으로 벌금을 물게 된 한 남성이 법정에 섰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그의 자녀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은 뒤 아이에게 아버지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는 당돌하게 “유죄”라고 선언했습니다. 감명 받은 카프리오 판사는 “정직한 아이를 둔 훌륭한 가족이다. 앞으로 조심히 다니라”면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가 아이들을 법정 위로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볼까요. 아주 오래전 그의 친할아버지가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다퉈 유치장에 가게 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어렸던 그의 아버지가 할머니와 함께 법정에 가게 됐다고 했죠. 할머니는 당시 판사에게 쌈짓돈까지 꺼내 용서를 구하며 가정의 생계를 위해 가장을 용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할머니의 간절한 읍소를 들은 뒤 판사는 어린 아이였던 그의 아버지에게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 준 후 아량을 베푼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런 사연을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카프리오 판사는 그 후로 아이들의 생각을 듣게 된 거죠.



카프리오 판사는 아이들을 법정 위로 부르는 게 여전히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는 듯 합니다. 그는 “전 재판을 아주 세심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부모들이 아이들 앞에서 비난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건이든 재판은 사람 사이의 정의나 공감 그리고 이해를 통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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