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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은 오로지 전진할 뿐

킹존 ‘폰’ 허원석 “킹존을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본보는 30일 서울 신도림 인근의 킹존 드래곤X 사무국에서 ‘폰’ 허원석을 만났다. 그는 “킹존을 공격적이고 전 라인이 강력한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복잡하디 복잡한 체스판 위에서 폰은 다만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허원석도 그렇다. 프로라는 이름의 전쟁터에 뛰어든 지 5년. 군말 없이 전진, 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해가 곧 바뀐다. 폰이 또 정직하게 한 발 내디딘다.

-2018년도 끝에 다다랐다. 허원석에게 2018년은 어떤 해였나.

아쉬웠던 한 해였다. 지난해 KeSPA컵을 우승한 뒤 스스로 ‘내 기량이 다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기량이 그만큼 좋았다. 그러나 스프링 시즌 도중 건강이 안 좋아졌고, 결국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 이후로 매우 힘들었다.

kt 롤스터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본선에 진출했을 때 저를 식스맨으로 발탁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제 상태로는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만 버리겠다 싶었다. 다른 선수가 나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제가 팀에 제안했다.

집에서 한 달간 휴식을 취했다. 재활을 거치면서 몸 상태가 괜찮아졌다. 게임 실력도 돌아왔다. 솔로 랭크 점수도 높아져 챌린저로 복귀했다. 다시 지난해 KeSPA컵과 스프링 시즌처럼 잘했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현재는 모두 극복한 상태인가.

건강상 문제였다. 제 허리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소문난 것으로 안다. 허리와도 연관이 있겠지만, 다른 건강도 좋지 못해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회복한 상태다. 현재 식단 관리를 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전문 트레이너에게 몸 관리도 받을 예정이다.

-자유 계약(FA) 선언 후 중국 리턴이 아닌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좋은 성과를 못 내지 않았나. kt가 지난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우승하긴 했지만, 저는 ‘1패 우승’이었다. 제가 우승했나 싶기도 했다. 팀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으니까.

2년 동안 이룬 게 KeSPA컵 우승밖에 없었다. 이걸로는 부족하지 않나 싶더라. LCK 우승에 큰 공헌을 하고 싶었다. 올해는 건강과 관련해 안 좋은 이미지도 생겼다. 설령 중국으로 가더라도 제 이미지를 바꾸고 가자는 마음이었다.

-LCK 팀 중에서도 킹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정글러와 원거리 딜러가 잘하면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큰 힘을 받는 유형이다. 두 포지션이 강한 팀에서 플레이하고 싶었다. 그리고 킹존의 탑라이너와 정글러가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LCK 팀 세 곳과 접촉했다. 모두 상위권 팀이었다. 그러나 해당 팀들엔 주전 원거리 딜러가 있었고, 저는 ‘데프트’ 김혁규와 같이하고 싶었다. 김혁규와 함께한 지 이제 5년째가 된다. 제가 어떻게 플레이해야 김혁규가 딜을 쉽게 넣을 수 있는지 잘 안다고 자신한다.

-킹존의 기존 구성원들과는 친분이 있었나.

‘라스칼’ 김광희와는 친분이 전혀 없었다. ‘커즈’ 문우찬은 예전에 자유 랭크 게임을 같이하면서 친분이 생겼다. 당시 문우찬은 솔로 랭크 순위가 높은 아마추어였다. 메신저 ID도 공유하고, 고민상담도 하면서 친해졌다.

이번에 킹존으로 이적하면서 문우찬에게 ‘자신 있느냐’고 물어봤다. 문우찬이 ‘잘할 수 있고, 환영한다’고 하더라. 현재 킹존에는 지난해 백업 역할을 맡았던 선수가 많다. 대회 경기가 고팠던 선수들이다. 간절함이 큰 만큼 잘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이제는 ‘KZ PawN’이 된 허원석. 그는 “‘데프트’ 김혁규와 함께 킹존을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허원석의 2019년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은 KeSPA컵 4강 진출이다. 크게는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전부터 저만의 목표가 있다. 현재 제가 롤드컵 1회 우승을 기록 중인데, ‘페이커’ 이상혁의 롤드컵 3회 우승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LCK 최다 우승도 마찬가지다.

또 ‘미드’하면 ‘폰’이 떠올랐으면 한다. 그런 인식을 팬들께 남겨드리고 싶다.

그리고 김혁규와 함께 킹존으로 오면서 정한 목표가 있다. 이미 김혁규가 타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혔듯, 킹존을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바꾸고 싶다. 킹존에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줬다. 우리도 팀에 성적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2019년의 킹존은 어떤 팀 컬러를 추구할 예정인가.

수비적인 팀보다는 공격적인 팀, 모든 라인이 강력한 팀을 만들고 싶다. 또한 저와 김혁규, ‘투신’ 박종익 형이 팀에서 맏형 격이다. 셋이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줘야 할 것 같다. 게임 오더는 모두 함께하는 것이지만, 큼지막한 결정은 우리 셋이 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느새 6년 차 프로게이머가 됐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인지 제 나이가 많은 줄 아는 분들이 계신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17세에 시작했고 이제 23세가 된다. 저는 아직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건강을 되찾은 저는 정상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더 파릇파릇한 후배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2000년생, 2001년생 선수들을 볼 때면 세대교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존에 잘했던 선수들이 사라지고, 제가 몰랐던 신인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솔직히 조금 무섭긴 하다. 어린 선수들이 피지컬이 남다르다.

하지만 저는 두뇌 플레이 쪽으로 강점이 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멘털리티(정신력)가 약하고, 경험이 적다. 이런 부분에서는 제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차기 시즌 LCK 향방을 예측한다면.

성적을 예상하긴 조금 이른 것 같다. 다만 현재 SK텔레콤 T1을 ‘드림팀’이라고 칭하지 않나. 각 팀에서 선장 노릇을 하던 선수들이 모였는데, 얼마나 팀워크가 잘 맞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릴 것으로 본다.

아프리카 프릭스도 멤버가 매우 좋다. 밸런스가 잘 갖춰진 것 같아 무섭다. 젠지도 롤드컵 우승을 경험한 선수, 베테랑 선수가 많아 견제된다. kt는 아직 원거리 딜러 영입 소식이 없는데, 상체가 워낙 강해 잘할 것 같다.

한화생명도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미드라이너 ‘템트’ 강명구와 정글러 ‘무진’ 김무진이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SKT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밸런스 있게 잘 분포된 느낌이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킹존은 올해 보여준 게 없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김광희와 문우찬도 보여준 게 없었다. 나도 서머 시즌을 쉬었다. 김혁규와 박종익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상체가 강하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위치다.

허원석은 2015년과 2016년을 중국 EDG에서 보냈다. 2017년 스프링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으로 복귀, 2년 동안 ‘슈퍼팀’ kt 롤스터 일원으로 활약했다. 쿠키뉴스 DB

-‘슈퍼팀’ 일원으로 보낸 지난 2년은 어떤 의미였나.

2017년 한 해밖에 활약하지 못해 아쉽다. kt에 있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슈퍼스타들이 모였다고 해서 반드시 성적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느꼈다.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더라. 양보하는 선수도 있어야 하고, 오더 교류가 잘 돼야 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은 캐리 마인드가 있다. 팀이 자신 위주로 플레이하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슈퍼스타는 나머지 팀원들의 희생으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팀이 잘하면 슈퍼스타 덕분이고, 못하면 나머지 선수들 때문이라고 한다.

가령 우리 팀 바텀에 캐리력 좋은 김혁규가 있는데 탑이 신인이라고 가정하자. 탑이 양보해서 정글러가 바텀을 봐줬다. 이럴 때 탑이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바텀은 이겨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탑이 터지면 ‘바텀은 잘했는데 탑 때문에 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많이 안타깝다. 양보도 쉽지 않다. 모든 선수는 슈퍼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팀을 위해 양보하는 경우가 많다.

-허원석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2년간 응원해주신 kt 팬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건강 문제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KeSPA컵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말을 못 지켜 아쉽고 죄송하다.

저를 환영해주신 킹존 팬들께 감사하다.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건강 때문에 나오지 못 하는 일이 없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임자 ‘비디디’ 곽보성 선수가 정말 잘했다. 더 잘하는 선수가 돼 보답하겠다.

-공교롭게도 곽보성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얼마 전 솔로 랭크에서 곽보성을 만났다. 서로 바뀐 소환사명을 보니 기분이 오묘하더라. kt에 들어간 걸 축하드린다. 저는 지금의 ‘KZ’가 만족스럽다. 맞라인을 서게 됐을 때 서로 힘냈으면 좋겠다. 다만 거기서 꿈을 이루시라는 말은 안 하겠다. 그건 제가 이룰 거니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제 솔로 랭크 소환사명이 화제가 됐다. 제가 공식 경기에서 사용할 ‘KZ PawN’이란 소환사명을 다른 분이 선점했다. 저는 그분 입장도 이해한다. 그 소환사명을 힘겹게 얻었을 것이다. 제가 양도해달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소환사명을 협박해 얻어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라이엇게임즈에서 계정을 강제 회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게 될 바에야 제가 일정 부분 보상을 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제가 표현하는 과정에서 많이 미숙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싶다.

다른 분들이 그분을 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 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저와 그분이 오해를 풀고 좋게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개인 방송 도중 귓속말 내용이 유출돼 죄송하게 생각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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