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경기도 파주에 사는 50대 여성 A씨의 목소리는 무척 떨렸습니다. 당시 상황을 전하는 그에게선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지만 황당함, 두려움 같은 여러 감정이 묻어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대체 A씨는 어떤 일을 겪은 걸까요?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7시쯤 평소 자주 가는 찜질방에 목욕을 하러 갔다고 합니다. 파주에선 제법 큰 찜질방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층 카운터에서 직원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2층 여탕으로 올라간 A씨. 이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어려웠을 겁니다.

탈의를 하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가 느껴졌다고 A씨는 말했습니다. 30명쯤 되는 여성들이 목욕탕 한쪽 코너에 몰려들어 웅성웅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다급히 손으로 신체 주요 부위를 가린 그들의 시선은 건식 사우나 쪽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순간 A씨는 경악했습니다. 그곳엔 작업복 차림의 한 남성이 흙 묻은 신발을 신은 채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죠. 불안해하는 여성들의 항의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남성은 사우나 안의 불 꺼진 전등을 손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남성은 찜질방 측이 부른 전기 수리기사였습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사우나에서 고장난 전등을 고친다며 손님들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고 영업시간 도중 여탕에 남성을 들인 거죠. 안에서 잠깐만 눈을 돌려도 알몸의 여성들이 있는 곳을 볼 수 있는 사우나실과 그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낯선 남성, 평화롭던 목욕탕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단지 남성이 여탕에 들어온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목욕탕 내 전기 수리작업은 자칫 잘못하다간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1층 카운터에서도, 2층 입구에서도 전기 수리중이라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사전에 미리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말 발생했던 찜질방 화재사고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의 한 찜질방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 당시 29명의 사망자 가운데 20명의 주검이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발견됐습니다. 유독 여성 사망자가 많았던 이 사고를 두고 탈의를 한 여성들이 곧바로 탈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직원들의 태도였습니다. 여성들의 항의와 고성이 계속되는 와중에 직원들은 “조금만 참으면 될텐데 왜 저러냐”며 되레 손님들을 비난했다고 합니다. 대놓고 하진 않았지만 직원들이 욕설하는 걸 들었다고 A씨는 전했습니다.

결국 찜질방 측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수리를 중단하고 남성을 밖으로 내보냈고, 뒤늦게 사과를 했습니다. 일부 손님들은 환불을 받은 뒤 “두 번 다시 이 곳에 오지 않겠다”며 화를 내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불쾌감을 표시했을뿐 옷을 입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고 하네요.

112에 문의를 했지만 경찰은 법률구조공단에 사건을 접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A씨는 전했습니다. 비상식적인 일을 겪었지만 업체 측은 사과문도 제대로 붙이지 않았고, 경찰 역시 이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이라면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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